아침에 전화 한통을 받았다.
지직거리는 전화 선 너머로 여보세요를 세 번이나 하고 확인된 사람은 예전에 같은 학교에서 근무했던 국어 선생님이었다.
그 선생님을 만난 게 92년, 새 학교로 부임해서니 15년 전 인연인가 보다.
같은 해 부임해 같은 해 다른 학교로 옮기기까지 오랫동안 바로 옆 자리에 앉게 되어 참 친하게 지냈었다.
너무나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던 그 선생님은 아주 힘들게 몇 년 만에 아이를 갖게 되고 힘들게 딸 하나만 바라보고 살았다.
그 동안 부부간의 수많은 불행을 겪으며 그 남자와 이혼과 재혼을 반복하다 결국 남편은 한국을 떠나 캐나다에 살게 되었는데 지난여름에 아빠에 대한 기억도 없는 , 어쩌면 생판 남과 다를 바 없는 아빠에게 목숨 같은 딸을 보내게 되었다.
가장 큰 이유야 한국 교육에 희망이 없기 때문일 것 이다.
캐나다에 보냈다는 소리를 듣고 딸 없는 공허함을 어떻게 달래고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되었는데 지금은 많이 진정이 되었다고 했다.
퇴근해 들어오면 속에서 울컥울컥 뭔가 올라와 죽을 지경이었는데 조금씩 적응해가는 딸을 보면 많이 위로가 된다고 했다.
앞으로도 중학생인 딸은 캐나다에서 죽 살게 될 것 같고, 딸아이가 방학 때 나오는 걸로 서로의 정을 달래야 될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니 속이 상했다.
정말 각별한 두 모녀가 서로 생이별을 한 상황에 가슴이 답답하다.
그렇게 예쁘고 마음 곱고 여린 한 여자가 일생에 남자 하나 잘 못 만나 평생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산다.
부부 간의 잔잔한 정도 모르고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다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되고 딸까지 보내고 이렇게 혼자 남게 되었다.
혼자 남은 외로운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 내가 다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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