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쁘거나 슬프거나..

하늘로 돌아가신 친구의 어머님.

김 정아 2007. 2. 14. 07:23
 

2007년 2월 13일 화요일

아이들도 남편도 다 떠난 아침, 여유 있게 아침을 먹고 티비 앞에 앉아 있는데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 윤경이 시어머님 돌아가셨다는데 어디서 전화 받은 것 있어?”

“ 아니요, 저 지금 언니한테 처음 듣는 이야기에요? 결국 돌아가셨어요?”

“오늘 성당에서 10시에 연도가 있대. 난 도저히 못 갈 것 같은데 어떻게 할 거야?”

“당연히 가 봐야지요. 지금 9시 30분이 다 되어 가는데 준비하고 가려면 늦겠네요. 얼른 전화 끊어요.”


윤경이 시어머님은 3개월 전 쯤에 몸이 갑자기 아프다며 병원에 가셔서 검진을 받았는데 안타깝게도 췌장암 말기라는 진단이 나왔다.

병원에서도 어떻게 손 쓸 도리가 없다고 해 바로 집으로 돌아오셔서 마지막 준비를 하고 계셨다.

진통제도 안 받으시고, 주사기를 찔러도 몸에 물이 차서 주사기를 빼고 나면  그 부위에서 물이 뚝뚝 떨어질 지경이라고 했다.

얼굴은 빼빼 말라가는데 몸은 퉁퉁 부어 간다고도 했다.

생전에 살아계신 모습 한 번 뵙자고 생각했는데 결국 이렇게 가 버리셔서 후회가 막급하기도 하다.

마지막을 정리 하면서도 한 번도 고통스러운 모습,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고 너무나 담담하게 병문안 온 사람들을 맞는다고 해서 역시 신앙의 힘으로 이렇게 버티는구나 생각했다.


난 돌아가신 데레사님께서 생전에 느긋한 걸음을 걷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항상 종종걸음으로 바쁘셨다.

성당의 이런 저런 일에 봉사를 아끼지 않으셨고, 크고 작은 일에 늘상 함께 계셨던 것 같다.

성당의 바자회에 항상 열심히 참석하셨고, 김대건 농악대에서도 항상 빠지지 않고 참여하시기도 했고, 레지오의 열성 단원이시기도 했다.

이제 더 이상 그 힘찬 걸음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곳에서 몇 군데의 장례식을 간 적이 있었지만 그 분들을 생전에 뵌 적은 없었다.

그러나 데레사님은 친구의 어머님이시기도 해 만나면 반갑게 인사도 했는데 아주 서운하다.


간신히 세수만하고 성당에 도착해 윤경 시아버님을 뵙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그 시아버님도 너무나 담담하신 모습이었다.

평소 두 분이서 참 사이가 좋으셨는데 어떻게 나머지 생을 살아가실까 생각하니 내 마음이 저려 온다.

그러나 이생에서의 고통을 뒤로 하고 영원한 안식을 취하셨으니 오히려 축복해야 할 일이라고 하지만 아직도 난 독실한 신자가 아니라 남아 있는 가족들이 더 걱정이 된다.


‘이제 육체적 고통을 덜어버리고 주님 곁에서 안식을 취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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