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26일 화요일
어제부터 마음이 아주 무거웠다.
매년 연말이면 거래처 미국인들과 저녁을 같이 먹는 날이 종종 있는데 오늘이 그날이다.
지난주에 남편이 식당에 예약을 하면서 잊지 말라고 당부를 했는데 안 되는 영어로 마주 앉아 있을 일이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아이들에게 저녁을 차려 주고 남편 회사에 가서 남편을 기다리다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아주 젊은 사람들이었다.
이제 결혼하지 2년 된, 아직 아이도 없는 젊은 부부와 마주 앉게 되었다.
남편과는 6~7년 인연으로 이어져 온 사람이었는데 내년에 싱가폴로 지사 근무를 나간다고 했다.
부인 로라는 미국 사람답지 않게 차분하고, 감정 표현이 많지 않은 사람이었다.
저녁을 먹으며 이런 저런 사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남편은 한국과 중국, 대 부분 아시아의 음주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특히 한국의 폭탄주 문화를 이야기하며 아시아 대부분이 그런다고 이야기를 하니 자기는 죽음이라고 폭소를 터트렸다.
절대로 미국 사람은 이해 할 수없는 음주 문화 일 것이다.
불편할 것 같던 자리가 생각보다 편해지며 난 그들이 너무 고마웠다.
내가 하는 영어를 되묻지 않고 바로 대답을 해 주는데 난 그런 사람들이 세상에서 제일 좋더라.
영어에 기죽지 않게 해 주어서.
2시간 정도 저녁을 먹으면서 이야기했고 내년에 싱가폴에 가서는 아기도 낳고 행복한 외국 생활이 되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하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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