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야 놀~자

어? 오늘은 영어가 다 들리네!

김 정아 2006. 11. 3. 00:46
 

2006년 11월 1일 수요일

우리 집 전화기는 ‘Caller ID’가 없다.

그래서 하루에 수 십 번씩 스팸 전화와 싸워야 한다.

바쁘게 일하다 전화벨이 울려 뛰어가서 받으면 스팸이다.

어떤 땐 토요일 새벽에도, 일요일 밤에도 시도 때도 없이 스팸 전화가 온다.

아이들이 있을 땐 아이들이 받아 “우리 엄마 지금 자고 있다”고, 아니면 “샤워중이다”라고 하며 끊는다.

그렇게 하라고 일러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집에 없을 땐 내가 받아서 “너 전화 잘못 걸었다”고 하고 끊어버린다.

그런데 지금은 스팸인지 아닌지를 구별 할 줄 알게 되었다.

전화벨을 세어 일곱 번 이상 울려도 끊어지지 않는 전화는 내가 받아야 할 전화이고,(안 받을 경우 바로 내 휴대폰으로 전화가 온다) 스팸은 그 이전에 끊어진다.

그런데 성질이 급해 일곱 번 이상을 기다리지 못하고 받으면 어쩌고저쩌고 어김없이 스팸이다.

정말 그 스팸 전화 때문에 짜증이 나는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Caller ID’를 좀 신청하라 해도 남편은 하루 종일 밖에 나가 있으니 별로 불편함을 못 느끼는지 아무 반응이 없다.


오늘아침에도 기다리지 못하고 받았는데 ‘health care center'라며 자동으로 녹음된 전화에서 쉴 새 없이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말인가 들어나 보자 했더니 웬일이야? 그 내용이 다 들리는 것이다.

한 달에 얼마를 내면 의사를 만나는 것도 무료이며, 처방전도 아주 싸게 받을 수 있으며 등등 말을 하는데 내가 다 알아듣고 있는 것이었다.

너무 신기해 ‘어? 내가 다 알아들었네?’ 하면서 기쁘게 전화를 끊은 것이다.


그래도 5년을  헛되게 산 것은 아니었나 보다.

영어가 안 는다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도 알게 모르게 영어가 귀에 들어오기는 하는 것 같다.

앞으로 스팸 전화도 자주 받아 볼까나?


듣는 것과 말하는 것은 천지 차이긴 하지만 이렇게 듣는 것만이라도 향상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