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에 대해

추수감사절 여행을 계획하다.

김 정아 2006. 11. 18. 00:16
 

2006년 11월 17일 금요일

남편은 다음 주 화요일 밤부터 추수 감사절 여행을 시작하겠다고 한다.

작년 추수 감사절엔 남편이 한국 출장을 가느라 일주일간의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심심하게 집에서만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작년에 못 갔던 여행을 간다고 하는데도 마음이 너무 무겁다.

윤지 엄마와 내가 결사반대 의견을 개진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남자는 들은 척도 안 하고 밀어부치고 있고 ,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두 손을 들고 말았다.


휴스턴에서 캘리포니아 주의  L. A근처의 팜 스프링이 우리의 목적지라고 한다.

이미 가 보았던 곳이긴 하지만 계절에 따라 사막의 맛도 달라지고, 우리가 느끼는 감정도 달라 질 것이기 때문에 갔던 곳을 다시 간다 해도 나쁠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곳을 자동차로 간다는 데 난 기절을 하겠다.

비행기 표를 알아보니 이미 최고 정점의 시기라 표를 구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남은 방법은 차로 가는 것 밖에 없는데 둘이 번갈아 운전하면서 갈 테니 여자들은 그냥 차안에 앉아 있기만 하면 목적지까지 데려다 줄텐데 무슨 걱정이냐고 한다.

우리 집에서 텍사스 서쪽 끝인 El Paso까지 가서 뉴멕시코 주를 경유하고 애리조나 주를 거쳐야만 캘리포니아의 팜 스프링스가 나온다.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한 번도 쉬지 않고, 화장실에도 안 가고, 주유소도 안가고 적어도 120킬로로 달려 22시간 이상을 운전해야 닿을 수 있는 거리다.


그렇게 먼 거리를 운전하고 가려면 적어도 일주일 이상의 여유를 가지고 가야할 텐데 화요일 밤에 출발해 토요일 밤에 돌아올 예정이라니 온통 차만 타고 가서 뭘 하겠다는 건지.

운전하는 사람도 물론 피곤하겠지만 이제 4살인 윤철이와 , 6살인 윤아가 견뎌 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반대를 하는데 결코 들어 줄 생각이 없으니 난 이번 여행을 생각 할 때마다 한 숨이 저절로 나온다.


난 남편의 과감한 결단력과 추진력,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을 참 존경한다.

그런데 이런 부분에서는 남편의 그런 성격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

다음 주 월요일쯤 목적지가 바뀌어 주면 참 좋을텐데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4년 전쯤 휴스턴에서 자동차로 거의 18개 주를 통과하며 9일간 나이아가라까지 다녀 온 적이 있다.

그 때보다 더 어려운 여행이 될 것 같다.

 

*아래 도로 이름이 I-10입니다. 캘리포니아에서 플로리다까지 연결되어 있는 도로인데 이 도로를 쭉 타고 갈 것입니다.

중앙 분리대가 저렇게 넓은 잔디밭으로 되어 있어 운전하는데 마음이 아주 편하답니다. 물론 복잡한 도시를 지날 때는 저런 잔디밭은 사라지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