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10일 화요일
3개월 전 한국에서 종합 검진을 받은 결과에 유방 전문 내과에 가서 초음파 검사를 해보라고 했다.
초음파 사진 상에 멍울이 보이는데 너무 작아서 어떤 종류의 세포인지 구분을 할 수가 없으니 좀 더 자란 것을 지켜 본 다음 3개월 후에 다시 한 번 찍어 보라고 했다.
3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 이곳은 워낙 복잡한 의료 시스템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 막막했다.
일단 영어 선생님께 말해서 내가 지금 이런 상황인데 의사를 좀 소개시켜 줄 수 있겠느냐고 물으니 아주 친절하게 본인이 알고 있는 의사를 알려 주었다.
다른 곳에 알아보니 종합 병원에 직접 갈 수는 없고 페밀리 닥터를 통해서 가야 한다고 해 한국 병원에 가서 말을 하니 엑스레이, 초음파를 전문으로 찍는 곳에 소견서를 써 주었다.
인터넷 상에서 지도를 뽑으니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갈 수 없을 것 같고, 혼자 가야 말을 못 알아들을 것은 뻔했으나 어쨌거나 이번만은 남편 손을 빌리고 싶지 않았다.
지난번에 귀가 아팠을 때이다.
토요일, 일요일이 휴진이고 월요일은 골프 약속이 있던 날이었다.
월요일에는 병원에 전화해서 예약을 해야 했는데 골프를 치다가 중간에 병원에 전화 할 수는 없어서 남편에게 예약 좀 대신 해 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나한테는 언제나 인색하고 독한 남편이었기에 부탁을 할까 말까 고민하다 했는데 역시나 첫마디가 “ 당신이 하지, 왜 나한테 하라고 해”였다.
아무 상관없는 사돈네 팔촌이 그런 부탁을 했다면 당연히 해 주었을 것이다.
골프 멤버가 돌아가면서 다음 주의 골프 시간을 예약을 하는데 난 당연히 내가 하지만, 한 친구는 그 남편이 대신 전화해서 예약 시간을 잡아준다.
나 놀고 즐기는 것에 부탁하는 것도 아니고 병원 예약 좀 해 달라는데 거절하는 것을 보니 얼마나 화가 나던지 관두라며 소리를 꽥 질렀다.
결국 후환이 두려워 하긴 해 주었다.
그렇게 해 줄 것을 좋은 얼굴로 해 주면 큰일이 나는 줄 안다.
얼마나 아니꼽던지 다음부턴 아쉬운 소리를 안 하기로 작정을 했다.
말 안하고 그냥 가려다 예의상 오늘 아침 지나가는 소리로 "나 병원에 초음파 찍으러 가" 했더니 그러냐고 잘 다녀오라고 하며 나갔다.
그리고 준비를 마치고 차 시동을 거는데 시동이 안 걸리는 것이다.
모르는 길이기 때문에 1시간 일찍 나가려고 서둘러 나가는데 시동이 안 걸리니 너무 당황스러웠다.
어지간하면 남편에게 말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전화를 하게 되었다.
자기가 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나?
당연히 그렇게 말 할 줄 알았다. 행여 자상하고 친절하게 말했다면 내 남편이 아니지.
사실 요즘 한국에서 큰 손님들이 와 계신다.
가장 큰 거래처 사람들이고 앞으로 중요한 계약을 성사시킬 사람들이라 요즘 회의니 식사니 하면서 밤 12시에 들어오고 오늘도 중요한 회의를 한다고 바쁘다고 하긴 했다.
“전화를 괜히 했네” 하면서 후회를 하고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자기가 와 주겠다고 한다.
남편보다 친구가 백 배 낫다.
모르는 길을 둘이서 열심히 지도를 보고 그곳 근처를 돌고 돌다 간신히 찾아 들어갔다.
일곱 장이나 되는 종이에 이것저것 써 넣고, 모르는 영어를 대충 알아듣는 척 하고 초음파를 찍고 나왔다.
결과는 2일 후 페밀리 닥터에게 보내 준다고 했다.
어쨌건 친구 덕으로 무사히 돌아왔는데 오후에 아이들을 어떻게 데리러 가야 하는지 고민을 좀 해야겠다.
'내 남자에 대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수감사절 여행을 계획하다. (0) | 2006.11.18 |
---|---|
미역국은 먹었어? (0) | 2006.10.26 |
우리 부부가 서로에게 잘 하는 것들. (0) | 2006.08.31 |
사무실 개업식 (0) | 2006.08.12 |
새 차가 나왔어요. (0) | 2006.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