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27일 금요일
한국에서 온 윤지네가 이번 수요일 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지난번에 윤지 아빠가 이곳에 와서 집을 구해 놓고 갔기 때문에 휴스턴에 오자마자 그 집으로 바로 들어 갈 수 있었는데 중간에 여러 가지 이유로 취소가 되어 버렸다.
이미 비행기 표는 끊어 놓은 상태였으니 집이 취소되었다고 휴스턴 행을 미룰 수도 없어서 일단은 가구가 전부 갖추어져 있는 아파트에서 임시로 살다가 집을 구하는 즉시 들어가기로 했다.
아주 친한 친구네가 이곳 미국 회사에 스카웃되어 왔었는데 한국인이 없는 회사라 도와주는 사람도 없는 아파트에서 하루 종일 외부 사람과 말 한 마디 못 한 체 한 달을 살았다고 했다.
차가 없으니 움직일 수도 없고, 설사 있다하더라도 길을 몰라 나갈 수도 없었을 것이고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어린 딸아이와 거의 눈물로 하루를 보냈다고 했다.
지나가는 비행기만 봐도 그대로 한국으로 가버리고 싶고, 왜 날 이곳으로 데려왔느냐고 남편을 원망도 했고, 하루하루가 그대로 지옥이었다고 말을 했다.
친구의 그 말이 아니었더라도 윤지네를 돌보는 것이 당연한 나의 임무고 ,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하루에 한 번 , 이틀에 한 번 , 삼일에 한 번씩 윤지네로 출근하다시피 했다.
좁은 아파트에서 무료함에 지친 어린아이 세 명은 내가 나타나면 마치 구세주처럼 반가워했다.
그 아이들을 데리고 콧바람이라도 쏘이고 오는 날이면 하루가 금방 가지만 내가 가지 않는 날은 하루가 한 달처럼 지루하기만 하다고 했다.
그 사이에 주택을 구해 이사를 가는데 남자들은 모두 한국으로, 중국으로 출장을 가버렸다.
그 아파트로 이사를 가던 날도 남자들이 바빠 우리끼리 무거운 짐을 힘들게 날랐다.
다시 주택으로 이사를 가던 날도 어느 사이 늘어나 버린 짐을 내가 며칠 전부터 차에 실어 나르기를 몇 번을 했다.
이사를 하고 나니 내가 한 시름이 놓일 정도였다.
이제 아이들 학교만 보내면 되는데 학교 등록하는 어제는 영어를 잘 하는 분에게 도움을 받았고, 오늘은 그 아이들이 영어 시험을 봐야 한다고 했다.
이 교육구에 시험 보는 학교가 정해져 있는데 오늘 내가 데리고 가 주었다.
최소한 세 시간이 걸릴 거라고 했는데 초등 1학년에 들어갈 아이는 5분 만에 끝났고, 5학년에 들어갈 아이는 15분 정도 걸렸다.
시험 결과 당연히 E.S.L반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제 월요일에 그 결과를 가지고 학교 사무실에 가기만 하면 아이들의 입학 절차는 모두 끝나게 된다.
내가 갈때마다 윤지 엄마는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
"바쁘고 힘드신데 매일 이렇게 오셔서 어떻게 해요. 우리가 너무 많은 민폐를 끼치네요"
" 나중에 회사가 커져서 직원이 더 늘어나면 그땐 윤지 엄마가 알아서 다 해주세요.그러니 부담 갖지 말아요"
하루 보내기가 끔찍했다는 윤지 엄마도 이제 아이들 학교 보내고 , 한국에서 보내온 짐이 곧 도착해 집 정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면 정신을 차릴 수 있을 것 같다.
아휴, 나도 이제 한 걱정을 덜었다.
*워낙 이 지역으로 유입되는 인구가 많아 오늘 시험 보러 갔는데 다른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끊임없이 학생들이 들어오더군요.임시 건물이었어요.
*어린이를 데리고 오는 부모들이 있어서 저렇게 색칠하고 놀 수 있도록 준비 해 놓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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