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31일 화요일
아이들은 오늘 학원도 빠지고 할로윈에 참석하겠다고 한다.
그날이 그날인 변함없는 생활에 할로윈은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신선함을 주는 큰 날이기 때문에 나도 오늘 하루는 눈감아 주기로 했다.
커스튬을 입고 나가지는 않고 오는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누어 주겠다고 했는데 나연이는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는지 옷을 챙겨 입더니 동네만 돌고 오겠다고 했다.
난 설거지거리가 쌓여 있기도 했고, 남편의 저녁 준비도 해야 했기 때문에 나더러 같이 가자는 소리 안 한 것만도 고마운 생각이 들어 동네만 돌고 바로 들어오라고 하며 보냈다.
그런데 이 아이가 한 시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를 않는 것이다.
혼자 나갔고, 그러니 별 재미가 없을 것이고 10분이면 돌아오려니 하고 혼자 보냈는데 한 시간이 넘어도 돌아오지를 않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동네를 돌아다니며 찾아보았는데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난 순간 할로윈을 원망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할로윈에 납치 사건이며 성범죄도 많다는 이야기가 떠오르며 심장이 벌벌 떨려 왔다.
학교에서 돌아오면서 옆 동네에 가서 메간이랑 같이 하면 안 되냐는 소리가 생각이 나서 차를 몰고 옆 동네로 갔다.
옆 동네라 하지만 큰 호수를 지나야하고 가로등도 없는 거리, 아이 걸음으로 15분도 더 걸리는 길인데 그 동네까지 가기도 전에 무슨 일을 당하지는 않았을까 라는 방정맞은 생각이 머리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운전을 어떻게 했는지, 손이 떨리며 간신히 메간 집에 도착해 초인종을 누르고 메간에게 나연이 여기 있느냐고 물으니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안 왔다는 것이다.
다시 운전을 해 다른 동네를 헤매고 다니니 휴대폰 벨 소리가 들려온다.
“ 엄마, 나 동네 돌아다닌다고 했는데 왜?”
“나연이 집에 왔니? 고맙다, 정말 고마워”
울컥 눈물이 쏟아지려하며 콧노래까지 나오려고 한다.
집에 돌아와 어떻게 된 거냐며 이야기를 들었다.
집 앞에 나가자마자 이사벨과 이사벨 엄마를 만났다는 것이다.
우연히 만난 둘은 둘이라서 신나고 더군다나 뒤에 어른까지 있으니 마음 놓고 한 집도 빼지 않고 돌아다녔던 것이다.
내가 찾으러 돌아다녔지만 나와는 길이 어긋났던 것이고.
나연이는 내가 놀라서 차까지 몰고 나갔다는 소리를 오빠한테 듣고 저 또한 어리둥절한 것이다.
다른 동네를 간 것도 아니고, 우리 동네만 돌겠다고 분명히 말하고 나갔는데
엄마가 왜 그러냐고 반문한다.
내년엔 절대 혼자 보내지 말아야겠다.
어쨌든 가슴을 쓸어내린 할로윈이었지만 ‘해피 할로윈’으로 끝났다.
*할로윈 커스튬입니다.
플라스틱 호박입니다. 저 속에 전구를 넣고 불을 켜둡니다.
'지극히 미국적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풍을 즐기며... (0) | 2007.03.12 |
---|---|
임시 휴교령 (0) | 2007.01.18 |
이사도 가고, 학교도 곧 보내고. (0) | 2006.10.29 |
아직도 더워요. (0) | 2006.10.17 |
한국과 다른 장례문화. (0) | 2006.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