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에 대해

우리 부부가 서로에게 잘 하는 것들.

김 정아 2006. 8. 31. 00:19
 

2006년 8월29일 화요일

도서관에서 ‘부부로 산다는 것’이란 책을 빌려 왔다.

서로 다른 남남이 모여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많은 인내와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과 끝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 주고 있다.

이 책을 덮으며 우리 부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보았다.

결혼생활 16년째인 지금도 우리는 자주 티격태격하며 싸우고 산다.

그러나 그 싸움이, 나쁜 감정이 하루를 넘어 간 적은 아주 드물다.

서로 많은 단점을 가지고 살지만 오늘은 서로에게 잘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내가 남편에게 잘 하는 것.

1.잔소리를 하거나 간섭하거나 바가지를 긁지 않는다.

술 마시고 새벽에 들어와도 누구랑 마셨느냐, 왜 그렇게 술 마시고 늦게 다니느냐, 일찍 좀 다녀라 소리를 해 본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전화 없이 늦게 들어와도 내가 먼저 전화해서 확인해 보지 않는다.

거래처 사람들이나 회사의 중요한 사람을 만나거나 하는 자리에서 빨리 들어오라고 전화하면 남편도 상대방도 무안할 것 같아 그냥 기다리는 편이다.

씀씀이가 큰 남편의 카드 대금이 많이 나와도 “ 이번 달 카드 대금이 너무 많이 나왔어, 혹시 카드회사에서 뭔가 잘못 한 것 아니야? 한 번 확인해봐!” 라고 둘러서 말하고 마는 편이다.

이렇게 많은 돈을 누구랑 어디 가서 썼느니 하면서 따졌던 기억이 없다.


2.음식 하는 것을 아주 싫어하지만 남편의 밥상은 신경 쓰는 편이다.

남편이 집에서 식사를 하는 날엔 장에 가서 좋아하는 싱싱한 채소류를 사다가 겉절이 하고 무쳐서 내놓는다.

같은 음식을 연속으로 두 번 상에 올리지 않는다. 


3.중요한 미팅이나 중요한 거래처에 갈 땐 일주일 전에 세탁소에 간다.

가장 깨끗한 양복과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미리 준비해 둔다.

나 또한 남편의 거래처 사람을 만날 일이 있으면 가장 예쁜 옷으로, 정성스럽게 화장 하고 가서 만난다. 바지를 입고 나간 적은 없다.(누구나 다 하는 일인가?)


4.남편의 심부름을 잘 해주는 편이다.

“지갑 놓고 나왔어, 휴대폰 두고 나왔어” 하면 싫어도 사무실에 갖다 준다.

예전엔 골프 치다가 춥다고 잠바 갖다 달라고 해서 갖다 준 적도 있는데 주위 아줌마들이 말렸다. 남편 길 잘못 들인다고 그런 심부름은 해 주지 말라고 했다. 추위를 안타는 사람인데 나한테 그런 부탁까지 했으면 엄청 추웠던 날이었을 것이다. 너무나 당연히 갖다 주고 왔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5.아침에 일어나면 공복에 냉수 한 컵 마시라고 갖다 준다.(얼마 되지는 않았다) 마셔주는 남편이 오히려 더 고맙긴 하다.


6.영양제를 먹거나 약을 먹을 때 잊지 않고 먹도록 챙겨준다.


*남편이 나에게 잘 하는 것.

1.친정어머니, 친정 동생들, 친정 조카들에게까지 엄청 잘한다.

한국에 있을 때 친정에 한 번 씩 갈 때마다 냉장고가 미어터질 만큼 장을 봐 간다. 장모 드시라고 가장 좋은 것, 가장 비싼 것만 사가지고 간다. 

그만 사자고 오히려 내가 사정한다.

밥 안 먹는 처조카들 무릎위에 올려놓고 밥 먹여 준다.

“어려서 밥 먹여준 이모부”라든지 “고모부, 저 보러 언제 올 거예요?”라고 조카들이 말한다.


2.(내가 아는 한) 다른 여자에게 눈길 한 번 준 적 없고, 여전히 나를 세상에 하나 뿐인 여자로 봐준다.

남편에게 나는 아이들 엄마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그의 ‘여자’이다.


3.선물을 아주 자주 사가지고 온다.

꽃에서부터 향수 ,립스틱, 티셔츠, 스카프, 목도리, 지갑, 핸드백, 목걸이, 시계 등 선물 공세를 아주 자주 받는다.

선물을 고르는 안목도 뛰어나 남편이 사 온 것은 모두가 내 마음에 꼭 든다.

남편에게 받은 선물은 내가 가진 것들 중 가장 비싼 것들이기도 하다.


4.아이들에게 지극정성이며 가정 일에 협조적이다.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 노력하고 숙제도 잘 봐준다.

아이들 숙제도 내 숙제처럼 생각하고 정성껏 인터넷을 찾아 도와준다.

엊그제는 아침 출근도 늦추며 큰 아이 숙제를 같이 했다.

이미 다른 글에서도 쓴 적이 있듯, 김치를 담아주고, 손님이 오면 요리를 도맡아 해준다.


5.취미생활이나 스포츠 활동을 하는데 적극 지원해 준다.

한국에서 볼링이나 여기서 골프를 하는데 물심양면으로 도와준다.

내 개인용도로 돈을 많이 지출해도 그것으로 내게 싫은 소리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이쁘네!” 라든지 “잘 사왔네 ” 라는 소리도 할 줄 안다.


읽어보니 남편에게 아주 좋은 점만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섭섭한 것도 아주 많다.

쓰라면 a4용지 두 장으로도 모자란다.

그래도 남이 나에게 다음 생에도 남편으로 만나고 싶으냐고 물으면 나는 1초의 주저함도 없이 대답한다.

“네!” 라고.

남편은 아마 아니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꼭 한 번 남편에게 물어 봐야겠다.

 

 

*서로에게 잘 하는 것 , 장점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더 행복한 가정 생활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드네요.

한 번 해 보세요. 저보다 더 많은 장점들을 배우자에게 찾아 낼 수 있을 거예요.

이 글을 읽고 자랑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까봐 남편에게 섭섭했던 글을 링크 해 놓았습니다.

 

*만 2년- 이제 남편의 구박도 벗어나고

http://blog.daum.net/kja65/444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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