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일 금요일
완타니 집에 다녀왔다.
내 칼럼에서 자주 언급한 바 있지만 완타니는 42세의 태국 아줌마이다. 그런 완타니가 3주전에 딸아이를 낳았다.
친정인 태국에서나 시댁인 일본에서 누군가 와서 산후 조리를 해 줄줄 알았는데 아무도 안 왔다는 것이다.
5학년과 6학년에 다니는 두 딸이 있지만 엄마를 완벽하게 조리해주거나 음식을 할 만큼은 아니고, 더군다나 남편은 출장을 예정하고 있다고 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 ‘아시안 클럽’ 멤버들이 돌아가며 음식이라도 가져다 주기로 했다.
일본의 구미코와 싱가폴의 도리스도 지난 주에 다녀 왔고 이번 주엔 내가 가기로 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미역국이라도 끓여 주겠지만 식성이 맞지 않을 것 같아 산모 음식은 준비를 못했다.
태국 산모들은 아이를 낳고 무엇을 먹는지 궁금하다.
그러나 내가 그것을 안다 해도 제대로 맛을 내지 못할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딸아이들이 한국 불고기를 좋아한다고 해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양념한 것과 구운 김을 가지고 갔다.
산후에 우울증이 생겨 자주 울었다는 소리를 듣고 갔는데 예상 외로 좋아 보였다.
더구나 산모가 다리미질까지 하고 있어 이게 웬일인가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신생아는 담요에 쌓여 소파 위에서 자고 있는데 솔직히 축하하는 마음보다 심란한 마음이 우선이었다.
저 나이에 언제 키우나 싶은 게 한순간 완타니가 너무 안되어 보였다.
이제 육아에서 벗어나 훨훨 날아다니고, 능력 있고 누구보다 똑똑한 완타니가 있는 재주를 마음껏 펼칠 나이에 또 적어도 6,7년 이상을 아이에게 메어 있어야 한다는 게 안타까웠다.
그러나 완타니가 아이를 보며 웃고 좋아하는데 내가 뭐라고 그런 마음을 갖는단 말인가?
부모에게 소중하면 그만이지.
완타니가 아이와 함께 행복한 하루하루가 되길 바라며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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