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0일 금요일
오늘은 앞집의 일본 아줌마 히로미와 점심 식사를 같이 했다.
히로미는 테네시 주에서 3년 정도 살았고 휴스턴에 와서 9년째 살고 있으니 꽤 오랜 동안 미국 생활을 하고 있다.
영어가 꽤 유창하다 싶었더니 역시 그랬었군.
히로미의 큰 아이가 올해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학교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나에게 자주 묻고 있다.
우리 아이가 1년 선배가 되니 나는 그 궁금한 것들에 대해 성의껏 영어가 되는 한에 있어서 설명을 해준다.
아이들이 학교 버스에 오르고 난 다음 우리는 길 가에 서서 약 20분 정도는 수다를 떤다.
요즘 주 화제는 단연코 배용준이다.
일본 내에서 일고 있는 배용준 신드롬에 대해서 한참을 이야기 해준다.
이곳에 일본 식료품점은 단 한군데가 있는데 그곳에서 ‘겨울 연가’ 한 회씩 담겨진 비디오 테잎을 1불 75센트를 주고 빌려 다음 날까지 반납해야 하는데 갈 때마다 다 빌려가고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에서 친구가 복사해서 비행기 편으로 보내준 테잎을 보느라 3일간 밤을 샜다는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가게에서는 1불이고, 한 번 빌리면 적어도 일 주일이다.)
매일 만나고 매일 이야기를 나누어도 할 말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뜨거운 햇빛을 원망하며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며칠 전에 히로미가 한국 음식을 먹고 싶다며 데리고 가달라고 해 오늘 가게 되었다.
나는 육개장을 시키고, 히로미는 김치찌개를 시켰다.
김치로 이런 국을 만드는지 몰랐다며 너무 놀라워한다.
지난 번에 한국 마켓에서 김치 한 병을 샀는데 시어서 버렸다며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못하고 버린 것에 대해 너무 아까워했다.
우리는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고 밥 한끼를 같이 먹으며 이전과 다른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더 친근함, 더 편안함, 더 서로를 이해한 듯한 마음으로.
일반적으로 일본인에게는 두 가지 양면성이 있다고 말한다.
절대로 자기의 진실을 상대방에게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어느 누구는 일본인을 믿지 말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나는 히로미에게 편안함과 수더분한 아줌마의 부드러움을 느낀다.
나라와 나라끼리 얽힌 복잡한 민족적 감정, 질곡의 역사를 접고 우리 골목의 가장 따뜻한 이웃으로, 어설픈 우정이라 해도 난 그것을 정성껏 키워가고 싶다.
*한국 친구들 넷이서 아이들 개학 한 기념으로 근사한 점심 한 번 먹자고 해 갔던 식당 앞입니다. 반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나갔다가 친구집에서 부랴부랴 가장 큰 옷 빌려서 입고 갔습니다. 반바지 ,티셔츠는 출입금지 식당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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