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감미로운 음악회 장에서.

김 정아 2004. 5. 24. 01:11

타이완의 실비아가 비밀을 지켜 달라고 하며 내게 네 장의 오케스트라 연주회 티켓을 내밀었다.

 

티켓이 많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는 줄 수 없고 너에게는 꼭 주고 싶었는데 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자기 남편의 사장 아들이 그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이고 회사에서 스폰서를 해 주어 무료 표가 들어왔다고 한다.

 

남편이 바쁘지 않으면 갈 것이라고 말하며 고맙게 표를 받았는데 남편은 성경 공부하러 성당에 가겠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가족들이 원하는데 자기 좋은 것만 하겠다니 기분이 무지하게 나빴다.

 

어떻게 하나? 난 Rice 대학까지 죽었다 깨어나도 운전해서 못 가는데 포기해야 하나? 아니면 오기로 당신 없어도 갈 수 있다고 무모하게 나서 봐야 하나?했는데 다행히 실비아가 유진에게도 표를 주어 우리는 유진이 차를 타고 갈 수 있게 되었다.

 

대만인 지휘자를 뺀 모든 오케스트라 단원은 미국 내지 유럽인이었다.

 

그러나 객석의 대부분의 관객들은 동양인이었다.

 

실비아 남편의 사장이 모두 데려온 관객들인가?

 

마치 대만 사람들의 축제에 타민족이 들러리를 선 것처럼 보이기도 했으나 아무려면 어떤가?

 

황홀한 슈베르트, 모짜르트 음악에 감미로운 소프라노의 노래까지 감상하고 문화적 포만감에 배가 부르기까지 했으면 그것으로 족한 하루 저녁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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