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올해는 농사를 좀 지어 보아야 겠다.

김 정아 2004. 4. 8. 02:57

지난 번 친구 집에서 오이 씨앗 여섯 개와 호박 씨앗 6개와 미국 꽃씨 여러 개를 얻어다 뜰 앞에 심어놓고 하루에 한 번씩 물을 주고 정성껏 관리를 했었다.

 

그러다 길 건너 지인의 집에 독사가 나타났다는 소리를 듣고 기겁을 해 며칠 동안 정원에 들어가 보지 못했다

 

고등 학생인 그 집 작은 아이가 하교를 해 집안으로 들어가다 차고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뱀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마침 일찍 퇴근한 그 아이 아빠가 골프채로 뱀의 머리를 날려 길가에 던져졌는데 머리를 몽둥이로 눌러도 얼마나 머리 힘이 세던지 자기도 벌벌 떨었다는 것이다.

 

뱀과의 사투(?)가 시작되자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미국 아저씨,아줌마들도 나왔는데 가까이 못 오고 소리만 지르더라는 것이다.

 

독사의 전형적인 삼각형 머리가 되며 몸에선 괴상한 소리가 나와 정말 무서웠단다.

 

간신히 죽여 쓰레기 봉투에 담아 차고에 두고 쓰레기 차가 오는 날 버렸다고 했다.

 

원석이에게 절대 잔디 깎는 것 시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 이야기를 듣던 많은 사람들이 자기 집 정원에서도 뱀이 나왔다느니, 뱀 껍질이 나왔다느니, 어떤 한국 아저씨가 밤에 뒷마당에 슬리퍼 신고 나갔다가 독사에게 물려 응급실에 갔다느니, 길가에 죽어있는 것을 보았다느니 말들이 많았다.

 

작년 가을, 우리 지역의 연못 가에 사는 어느 칠레 아줌마 집의 뒷마당에서 악어가 나와 한 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동물구급대가 와서 간신히 잡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악어에 뱀까지 나온다니 정말 싫다.

 

그 말을 듣고 한 낮에도 정원에 나가는 게 꺼려지고 심어 놓은 채소 씨앗들을 돌보기를 게을리 했었다.

 

그러던 것을 오늘 먼 발치에서 바라보니 뭔가 삐죽이 잎을 내밀어 가보았더니 드디어 앙증맞은 떡잎 두 개 씩 나와 있는 것이다.

 

며칠 전에도 아는 사람의 집에서 비싼 깻잎 몇 모종과 알로에, 칸나 등을 얻어다 화분에 대충 심어 놓고 말았는데 내친 김에 화분의 것들을 다시 빈 자리에 이식했다.

 

그 전엔 살아있는 식물에 별 관심이 없었다.

 

하루하루 사는 게 바쁘고 힘들어 내 한 몸 챙기는 것도 기진 맥진인데 화분을 가꾸고 꽃을 피우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비록 작은 풀 뿌리 하나일 망정 그것에도 감탄이 나오고 신기함이 느껴지니 내 몸과 마음이 편하긴 편한가 보다.

올 한해 깻잎이랑 고추랑 오이 호박 잘 가꾸어 친한 이들에게도 나누어 주고 생명의 신비함도 느껴 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