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지극히 미국적인 스포츠, 풋볼을 보고....

김 정아 2003. 11. 6. 12:10

Taylor High School은 우리 지역 사람들에게 많은 자긍심과 자랑거리를 제공해 주는 명문 중의 하나이다.

텍사스 주 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 학교 평가 중 공립임에도 불구하고 10위 권 내에 드는 명문고등학교이기 때문이다.

지난 번에 우리 선생님 SHONGH은 TAKS 시험 본 결과를 가지고 와서 보여주었는데 KATY지역은 모든 과목에서 텍사스 평균을 훨씬 웃돌아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었다.

Taylor High School이 가장 지대한 공헌을 했음은 물론이다.

한인들이 우리 지역으로 대규모 이동을 하고 있는데 Taylor High School을 보고 이사 오는 것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좋은 학교를 찾아가는 한인들의 교육열은 한국에서나 여기서나 다를 바 없다.

Taylor High School은 세 개나 되는 커다란 GYM을 가지고 있고 , 대규모 실내 수영장과 여러 개의 테니스 코트 장, 야구경기가 가능한 필드까지 갖추고 있는 , 우리나라의 단과대학 못지않은 시설을 겸비하고 있다.

그 Taylor High School이 오늘 Cinco Ranch High School과 물러설 수 없는 풋볼 경기를 하는 날이다.

Cinco Ranch High School 역시 우리 지역의 신흥 명문고로 떠오르고 있는 샛별 같은 존재이다.

두 학교의 라이벌 의식이 대단하다고 한다.

다른 학교와의 경기는 금요일 저녁에 열리는데 특별한 게임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토요일 밤으로 경기가 잡혔다.

꼭 한 번 풋볼 게임에 가보고 싶어 다른 일 다 제쳐두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섰다.

우리나라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인데 여기서는 지역 교육구청에서 운영하는 풋볼 전용구장도 있었다.

돈 많은 나라라 역시 다르다.

다른 경기는 어른만 입장료를 5불씩 받았는데 오늘은 아이들까지 모두 받았다.

들어가니 테일러는 모두 푸른 색 옷을 입고 있었고, 싱코랜치는 자주색을 입고 있었다.

우리는 어느 팀 자리에 앉을까 한참 고민했다.

그도 그럴 것이 테일러에도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의 자녀들이 다니고 있었고 특히 우리 선생님 SHONGH의 남편이 코치로 일하고 있고, 싱코랜치에도 친하게 지내는 이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고, 원석이의 代父(대부)가 작년까지 선수로 뛰었으니 고민이 될 수 밖에.

원석이에게 물으니 “당연히 테일러 응원해야지요”한다.

“왜?”

“나 테일러 다닐 거잖아요”

“너 꿈도 크다. 네가 어떻게 고등학교를 여기서 다니냐?”

우리는 고민 끝에 햇빛이 비치지 않는 싱코랜치 벤치에 앉았다.

풋볼게임의 룰을 몰라서 처음엔 좀 답답했는데 옆에 태희에게 듣고 조금씩 알게 되자 너무 흥미로워졌다.

한쪽 팀에서 점수를 얻을 때마다 질러대는 환호성은 저절로 즐거움에 빠져들게 했다.

거기에 양쪽 학교 밴드에서 튕겨대는 합주 소리는 가히 축제의 한 마당처럼 흥겹기 그지 없었다.

젊음이 내뿜는 열기가 그대로 나에게 전해져 나도 덩달아 무턱대고 환호를 질러대고 싱코랜치 팀이 되어 응원을 함께 했다.

경기 중간인 2쿼터가 끝나고 양쪽 학교의 퍼레이드가 시작되었다.

두 학교 치어리더들의 춤과 대규모 밴드 공연은 프로 못지 않게 훌륭한 무대가 되었다.

더구나 테일러의 밴드엔 온통 노란 머리 아이들 속에 동양 최초의 남매가 들어가 두각을 나타내며 활동하고 있었는데 성당의 같은 바오로회 소속회원의 자녀들이어서 더욱 흥미로웠다.

밴드 팀과 댄스 팀의 공연은 우리 아이들의 눈까지 크게 뜨게 만들었다.

우리 나연이는 자기도 치어리더가 되고 싶다고 하는데 감히 그들의 몸매를 따라 갈 수 없을 것 같다.

늘씬한 몸매와 긴 다리를 우리 아이는 가질 수 없을 것 같고 그 큰 무대에서 공연을 하기까지엔 엄청난 노력과 훈련을 해야 할 텐데 동양 아이의 체력으로 따라갈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하긴 내가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는데…

그리고 풋볼 선수 중에도 동양인을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한다.

워낙 체력이 많이 소모되는 운동이라 끝까지 하기엔 너무나 많은 벽이 있다고 한다.

지극히 미국적인 스포츠인 것 같다.

다시 3쿼터가 시작되었는데 전반전 무승부였던 게임이 시간이 갈수록 싱코랜치 쪽에서 득점을 하게 되어 우리쪽은 거의 괴성을 지르느라 정신이 없다.

마지막 경기까지 보기엔 교통체증이 너무 심해 3쿼터 중간에 나왔다.

풋볼을 위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땀을 흘리고 있었다.

선수들만 해도 각각 거의 50명쯤 되는 것 같고,필드에서 심판 보는 사람이 5명, 장내 아나운서, 댄스 팀과 밴드 팀, 끊임 없이 공을 바꿔주는 어린아이들6명, 그리고 득점을 올릴 때마다 각 학교의 대형 깃발을 들고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달리는 학생들, 주황색 깃발을 들고 사인해주는 사람들, 각 학교의 코치들,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봉사 해 준 덕에 우리는 즐겁게 경기를 관전할 수 있었다.


아래 사진은 싱코랜치 고등학교 밴드팀과 댄스팀입니다.
사진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거의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활동을 했고 사다리에 올라간 지휘자가 두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