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다민족이 함께 즐길수 있는 할로윈

김 정아 2003. 11. 8. 01:28


학교에서 돌아와 간식을 먹고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리더니 두 아이가 호박 통(사탕 받을 통)을 들고 커스텀을 입고 나갔다.

나는 아이들과 나가고, 남편은 집안의 불을 다 켜 놓고 사탕 받으러 오는 동네 아이들을 기다렸다.

각양 각색의 커스텀을 입은 아이들이 초인종을 누르면서"Trick or Treat"하면 사탕을 집어 주는 것인데 남편은 그 기분이 꽤 좋았다고 한다.

어느 집에서는 차고를 무덤으로 꾸며 놓기도 했다.

관을 만들어 사람처럼 생긴 시신을 놓아두고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게 하고 소름 끼칠 만큼 흉흉한 음악을 틀어 놓고, 사람의 손을 만들어 천정에 걸어 놓았다.

특히 청각으로 느끼는 기분 나쁜 음악은 뒷골이 당기게 두려움을 느끼게 했다.

아이들도 무서웠는지 그 집에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한 발 물러서더니 그래도 용기를 가지고 사탕을 받아 들고 나왔는데 “엄마, 뒷 통수에서만 땀이 났어. 너무 무서워”한다.

어느 집은 문을 열어 주면서 피가 잔뜩 묻은 마스크를 쓰고 나와 기절 할 뻔 하기도 했다.

아이들이 없는 노인들도 한참 전부터 마켓에서 사탕을 고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나눌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노인들도 신나는 모양이다.

동네를 한 바퀴 훑고 엄청난 양의 사탕을 받아 가지고 왔다.

두 아이는 이번에는 다른 동네를 돌겠다며 신이 나서 뛰어갔다.

불 켜져 있는 집에 가서 한마디만 하면 기쁜 얼굴로 많은 사탕을 주는 게 너무 신나는 모양이다.

두 시간 정도 다닌 아이들이 받아온 사탕은 내가 사 놓은 사탕 보다 훨씬 많았고 어른들도 아이들 뒤를 따라다니며 함께 즐기고 있었다.

늦게 나타난 동네 아이들이 초인종을 누르면 집안의 네 식구가 경쟁적으로 뛰어나가 사탕을 건네 주었는데 남편도 어린애 같은 모습이다

미국인이나 동양인이나 멕시칸이나 스페니쉬나 인종의 구분 없는, 누구나 하나 될 수 있는, 다국적 민족인 미국에는 꼭 있어야 하는 문화인 것 같아 여기서 나누는 할로윈은 참으로 흥겨웠다.

나연이는 "엄마. 할로윈 언제 또 와?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한다.

내년에는 정원에 호박도 내놓고 치장을 좀 더 해서 네 명의 가족이 함께 하는 신나는 할로윈을 맞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