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야 놀~자

각기 다른 7개국 아줌마들의 수다.

김 정아 2003. 10. 29. 09:58

오늘 베네주엘라 아줌마인 멜리다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

멜리다는 우리 성인 영어반의 학생이며 나의 이웃이다.

우리 집 건너편에 살고 있어 현관문을 열면 그녀의 집과 정원과 차고가 보인다.

그녀는 2남 2녀의 어머니이다.

멜리다의 세번째 아이는 원석이와 같은 학교, 같은 학년에 다니고 있다.

그리고 멜리다는 서투른 영어에도 다 방면으로 굉장한 열성을 보이는 사람이다.

내가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인데 그녀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물론 영어 책이다.

스페니쉬 발음이 많이 묻어나 난 그녀의 말을 들으려면 굉장히 정신집중을 해야 한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parents reader’를 할 수 있는지 좀 의아하다.

다른 건 어떻게 한다 해도 난 발음 때문에 도저히 ‘parents reader’만은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래서 지난 번 오리엔테이션에 ‘parents reader’의 자원봉사자를 구했을 때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고개를 저어 거절 했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 지역의 학부모 센터의 의장과 비서를 뽑는 미팅이 있었는데 그녀는 당당히 비서에 당선이 되었다.

영어를 잘 못해도 워낙 스페니쉬 인구가 많아서 머리수로 밀어부친 것이지만 영어에 개의치 않고 선거에 나간다는 의지를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리고 그녀는 사람 초대하는 것도 무척 즐긴다.

처음에 우리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을 초대하면서 토요일이나 일요일 가족 전체를 다 부르고 싶다고 해 우리는 두 손을 내저으며 여자들만 해 달라고 애원을 하기도 했다.

오늘 미팅이 끝나고 그녀의 집으로 갔다.

태국의 완타니, 일본의 구미코, 싱가폴의 도리스, 대만의 실비아, 상하이의 제이왕, 그리고 나 모두 6명이 동양인이고 모두 같은 자리에 앉는다.

우리 반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마르코라는 페루 할아버지는 우리가 영어로 이야기 하는게 잘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다.

얼굴 생김이 비슷하게 생겨서 다 한 나라 사람인줄 알았나 보다.

그런 우리가 영어로 이야기 하니 너무 궁금해 옆에 영어 잘하는 멕시코인 마리아에게 와서 "왜 저사람들이 다 영어로 이야기 하나?"하고 물었다.

어쨋든 우리는 각기 다른 국적을 가졌지만 잘 어울린다.

거실에 들어가자 그녀는 음악을 크게 틀더니 베네주엘라 춤을 가르쳐 주기 시작했다.

스텝이 쉬워 나도 따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베네주엘라 전통음식 arepas를 해 주었다.

학교 오기 전에 모두 준비해 놓고 왔으나 우리가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해 하자 밀가루 반죽을 다시 해서 모두에게 시도해 보라고 했다.

만두랑 비슷한데 동그랗고 속에 들어가는 재료가 치즈,햄, 닭고기 같은 것들이다.

특히 따뜻할 때 쩍쩍 늘어지는 치즈를 베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그녀가 여러 번 학교에 그 음식을 해 왔는데 처음에 ‘뭐 저런 음식이 있나’ 하며 먹어볼 생각을 못 했는데 시도 할 때마다 고소한 맛이 제법 입에 당기기 시작했다.

베네주엘라 특유의 음악과 함께 점심을 먹고 후식과 커피는 우리 집에서 하기로 해 모두 우리집에 모여 새로 산 다이닝 테이블 세트와 커피 테이블, end 테이블을 구경하며 멋있다고 해 주었다.

일본 친구 구미꼬는 나보다 일주일 전에 주문한 다이닝 세트가 한 달 반이 넘은 지금도 배달이 안 되고 있다며 속상해 하고 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영어로 뭔지 모르겠지만 구미꼬는 그 말이 꼭 하고 싶었을 것이다.

모두다 즐겁게 이야기 하고 수다를 떨었다.

물론 난 주로 그들의 말을 듣는 편이었지만.

어쨌든 이렇게 날마다 백수로 신나게 놀면서 어떻게 한국에 가서 직장 생활을 다시 할 수 있을 지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 날이었다.


멜리다 집 앞에서 찍은 사진입니다.제가 어느 쪽인지 물론 모두 아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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