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베네주엘라 아줌마인 멜리다의 집에 초대를 받았다.
멜리다는 우리 성인 영어반의
학생이며 나의 이웃이다.
우리 집 건너편에 살고 있어 현관문을 열면 그녀의 집과 정원과 차고가 보인다.
그녀는 2남
2녀의 어머니이다.
멜리다의 세번째 아이는 원석이와 같은 학교, 같은 학년에 다니고 있다.
그리고 멜리다는 서투른
영어에도 다 방면으로 굉장한 열성을 보이는 사람이다.
내가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인데 그녀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물론 영어 책이다.
스페니쉬 발음이 많이 묻어나 난 그녀의 말을 들으려면 굉장히 정신집중을 해야
한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parents reader’를 할 수 있는지 좀 의아하다.
다른 건 어떻게 한다 해도 난
발음 때문에 도저히 ‘parents reader’만은 할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래서 지난 번 오리엔테이션에 ‘parents
reader’의 자원봉사자를 구했을 때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고개를 저어 거절 했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 지역의 학부모 센터의
의장과 비서를 뽑는 미팅이 있었는데 그녀는 당당히 비서에 당선이 되었다.
영어를 잘 못해도 워낙 스페니쉬 인구가 많아서 머리수로
밀어부친 것이지만 영어에 개의치 않고 선거에 나간다는 의지를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리고 그녀는 사람 초대하는 것도
무척 즐긴다.
처음에 우리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을 초대하면서 토요일이나 일요일 가족 전체를 다 부르고 싶다고 해 우리는 두 손을
내저으며 여자들만 해 달라고 애원을 하기도 했다.
오늘 미팅이 끝나고 그녀의 집으로 갔다.
태국의 완타니, 일본의
구미코, 싱가폴의 도리스, 대만의 실비아, 상하이의 제이왕, 그리고 나 모두 6명이 동양인이고 모두 같은 자리에 앉는다.
우리
반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마르코라는 페루 할아버지는 우리가 영어로 이야기 하는게 잘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다.
얼굴 생김이 비슷하게
생겨서 다 한 나라 사람인줄 알았나 보다.
그런 우리가 영어로 이야기 하니 너무 궁금해 옆에 영어 잘하는 멕시코인 마리아에게 와서
"왜 저사람들이 다 영어로 이야기 하나?"하고 물었다.
어쨋든 우리는 각기 다른 국적을 가졌지만 잘 어울린다.
거실에
들어가자 그녀는 음악을 크게 틀더니 베네주엘라 춤을 가르쳐 주기 시작했다.
스텝이 쉬워 나도 따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베네주엘라 전통음식 arepas를 해 주었다.
학교 오기 전에 모두 준비해 놓고 왔으나 우리가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해 하자 밀가루 반죽을 다시 해서 모두에게 시도해 보라고 했다.
만두랑 비슷한데 동그랗고 속에 들어가는 재료가
치즈,햄, 닭고기 같은 것들이다.
특히 따뜻할 때 쩍쩍 늘어지는 치즈를 베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그녀가 여러 번
학교에 그 음식을 해 왔는데 처음에 ‘뭐 저런 음식이 있나’ 하며 먹어볼 생각을 못 했는데 시도 할 때마다 고소한 맛이 제법 입에 당기기
시작했다.
베네주엘라 특유의 음악과 함께 점심을 먹고 후식과 커피는 우리 집에서 하기로 해 모두 우리집에 모여 새로 산 다이닝
테이블 세트와 커피 테이블, end 테이블을 구경하며 멋있다고 해 주었다.
일본 친구 구미꼬는 나보다 일주일 전에 주문한 다이닝
세트가 한 달 반이 넘은 지금도 배달이 안 되고 있다며 속상해 하고 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영어로 뭔지 모르겠지만
구미꼬는 그 말이 꼭 하고 싶었을 것이다.
모두다 즐겁게 이야기 하고 수다를 떨었다.
물론 난 주로 그들의 말을 듣는
편이었지만.
어쨌든 이렇게 날마다 백수로 신나게 놀면서 어떻게 한국에 가서 직장 생활을 다시 할 수 있을 지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
날이었다.
멜리다 집 앞에서 찍은 사진입니다.제가 어느 쪽인지 물론 모두
아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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