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야 놀~자

컴퓨터 수업의 종강과 영어반 복귀

김 정아 2003. 12. 27. 01:37

12월 10일 수요일
4주간 했던 컴퓨터 클래스가 오늘 끝났다.

영어 반에 가서는 하루 종일 한마디 대답도 못하고 다녔는데 여기 와서는 신바람이 나서 대답도 잘했다.

오래 전부터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 인터넷에 올리는 것이나, 메신저를 이용한 통신, cd 버너를 이용해 음악을 편집하는 걸 배우고 싶었는데 그런 것들을 배울 수 있어서 너무나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워드를 배울 때는 가끔 내가 왜 여기서 이런 걸 배우고 있나? 하는 한심한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오랜 직장생활로 나야 문서 편집의 기본을 알고 있는 건 너무나 당연한데 다른 분들은 한글 한 줄 타자 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고, 윈도우 창을 어떻게 닫는지도 모르고, 파일 저장하는 방법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자기네들은 뭐하나 하려해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나는 항상 일찍 끝내고 옆 사람들을 도와 주고 있으니 “아줌마는 여기 왜 왔어요? 한글타자 치는 것도 우리보다 열 배는 빠른데 그 실력이면 여기 올 필요 없잖아요?”한다.

선생님 칭찬도 자주 받고 대답도 잘해서 모처럼 기가 산다.

먼 길을, 그것도 체증이 심해 거의 40분씩 운전해야 하는 곳을 다니자니 좀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매일 변함 없는 내 생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는 것 같아 기쁘기도 했다.




12월 11일 목요일
영어 클래스를 다음 1월부터나 나가려 했는데 어쩔 수 없이 나가게 되었다.

컴퓨터를 다니느라 영어를 빠진 게 거의 5주째가 되어간다.

나와 친한 완타니, 구미코 , 실비아가 한국 친구들에게 “정아는 언제 오느냐”고 거의 매일마다 물어본다고 한다.

실비아는 그 사이 세 번이나 전화를 해 언제 올 거냐고 물으며 보고싶으니 빨리 오라고 한다.

그래서 하루 집에서 쉬고 싶은 유혹을 물리치고 학교로 향했다.

내가 다니는 한적한 오솔길의 나무들은 그 사이 낙엽을 떨구고 앙상한 모습으로 남아있고, 공사 중이었던 도로도 많이 정비가 되어있었다.

날씨가 추운 탓인지 교실엔 아무도 없었고 난 거의 15
분쯤 추운 교실에서 떨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들어오는데 항상 지각하는 대만의 실비아가 웬 일로 일찍 왔다.

나를 보더니 너무 반가워 하며 가볍게 안아준다.

그러면서 하는 말, “오늘 10시 30분까지 자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 온다는 소리 듣고 발딱 일어나 달려왔다”고 한다.

아휴 고마워라. 역시 실비아는 너무 귀엽단 말이야!

완타니도 들어오며 큰 소리로 인사한다. “너 오늘부터 나오는 거냐? 앞으로는 결석하지 말아라!”하며 안아준다.

좋은 내 친구들!

그러나 구미꼬는 감기 걸려서 오늘 학교에 못 나왔다.

실비아, 완타니랑 산타페 여행 갔다 온 이야기를 신나게 하고 있는데 우리 선생님 숑 스미스가 들어오더니 내 곁으로 다가온다.

“너 긴 여행 다녀왔니? 오랫동안 못 봐서 궁금했다”

그렇게 궁금했으면 내 테이블의 친구들에게 물어보지!

컴퓨터 학원에 한달 동안 다녔다는 이야기를 해주며 디지털 카메라와 스캐너 이용법, 그리고 메신저에 대해 배웠다고 했더니 자기는 그런 것 모르는데 정말 좋은 걸 배웠다고 말해 준다.

나 왜 이렇게 인기가 좋은 거지?

웬 착각?

언제나 빠짐없이 수업에 나가던 사람이 거의 한 달이나 결석을 했으니 궁금할 수 밖에 없는 거지.

좋은 내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이제 외도(?)는 하지 말아야겠다.

*아래 사진은 산타페의 인디언 박물관에서 산 엽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