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야 놀~자

탈로우드 수업의 종강식

김 정아 2003. 9. 20. 01:06

5월 8일 수요일

탈로우드 교회 수강의 마지막 날이다.

여섯 번 밖엔 못 나갔지만 매번 즐거운 수업이었다.

마지막 종강식은 각각 자기 나라의 전통음식을 해 가지고 가서 서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것이라 했다.

음식이라니!

한국에 있었으면 아마 음식 만들기 귀찮아 안 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는 미국이다.

다른 나라의 음식문화를 경험 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인데 결코 놓칠 수야 없지!

우리는 가끔 한국 사람과 일본 사람을 많이 비교한다

스마일 교회 종강식에서는 일본인들이 키모노까지 입고 오고 음식도 너무나 푸짐하게 해 온 반면 한국인들은 많이 빠지고 그나마 온 사람 중에 성의 없이 어떤 사람은 맛 동산 하나에 또 어떤 사람은 콩나물에 고춧가루를 잔뜩 뿌려와서 아무도 손을 안 댔다는 소리를 듣고 천지가 무너져도 꼭 가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뭘 할까 고민하다가 식혜를 하기로 했다.

친정엄마가 정성껏 만들어 주신 엿기름을 불리고
삭히고 끓이고 식혀 새벽 2시 반에 냉장고에 넣고 아침을 기다렸다.

내가 한국에서 이렇게 새벽까지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했으면 정말 우리 가족들한테 사랑 받았을 것이다.

아이들 학교 보내 놓고 교회 가는 발걸음이 가볍기만 한데 길 눈 어두운 나!

중간에 길을 잃고 말았다.

아니 왜 갑자기 게스너가 나오는 거야?

컬크우드를 지나고 웰크레스트를 지나고 Belt way 8까지는 왔는데 이 길은 뭐야? 한국 마켓 가는 길이잖아.!

내가 너무 많이 와 버렸나?

여섯 번 째면서 길을 잃으면 어떻게 해?

너 바보 아니냐? 내가 생각해도 좀 한심하다.

유턴을 해서 천천히 천천히 !

아! 저기 탈로우드 길이 나오네!

나의 무신경에 혀를 차가면서 교회에 도착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고 교회에서 준비한 푸짐한 음식에 싸 간 음식을 뷔페탁자 위에 내려놓고 한국인들이 모여 앉은자리에 갔다.

목사님이 길게 연설을 하시고 (오늘 보니 목사님이 정말 잘 생겼네. 연설이 귀에 들어오지 않으니 다른 생각만 할 수밖에. ) 탈로우드 교회내의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이 성조기가 그려진 옷을 차려 입고 지휘자의 지휘에 맞춰 우릴 위해 여러 곡의 노래를 불러주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나와 한 마디씩 하는데 공부 열심히 하면 다 영어를 알아들을 수 있으니 노력하라고 뭐 그러는 모양이다.

아이들이 퇴장하고 본격적으로 식사시간이 되었다.

2교시 할아버지 선생님이 잡채를 보더니 김치냐고 묻는다.

내가 전에 한국음식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매서워 싫어한다고 하더니 그것도 김친 줄 알았나보다

한국, 이란, 중국, 일본, 아랍 등 많은 민족들이 가져온 음식들을 조금씩 담고 마지막으로 음료수를 가지러 갔다.

늘 상 마시던, 그래서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커피 옆에 나의 식혜가, 아니 한국의 식혜가 투명한 빛을 발하면서 컵에 담겨 있었다.

써빙하는 사람들이 그래도 그게 음료수인지는 알고
컵에 따라 얼음까지 몇 조각씩 띄워 놓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만든 한국 전통 음료라고 했더니 이름을 물어 본다.

식혜라고 했더니 맛있다고 칭찬해 준다.

잡채에 불고기에 약밥에 동그랑땡에 식혜까지 그래도 구색을 맞춰 준비해 부끄럽진 않았다.

아! 그래도 우리가 일본인들을 따라 갈 수 없구나.

강사들을 위해 돈을 걷었는지 선물을 쌓아 놓고 선생님들을 테이블에 앉혀 놓고 사진을 찍으며 너무나 즐거워했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자기를 위해 성의를 베푸는데 싫다는 사람은 없겠지?

다음 번에는 우리도 저렇게 하자고 해야겠구나.

9월 4일에 다시 만나자는 목사님의 이별사를 들으며 아쉬움을 뒤로하고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