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친구가 없는 우리 아이들

김 정아 2003. 9. 20. 00:53

4월 23일 화요일

나연이가 오늘 아침 학교에 안 가겠다고 떼를 써서 예
진이 엄마랑 간신히 들여보냈다.

10시 10분에 나연이 담임선생님과 상담하고 1시 40분에 원석이 담임선생님과 상담했다

미국 문화는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수업시간만 피하면 찾아오는 학부형과 언제든 상담이 가능하건만 여기는 전화로 상담예약을 하고 사무실에 가서 방명록에 적고 선생님이 사무실로 데리러오면 그때 교실에 가서 상담을 하고 온다.

아침에 간 김에 원석이 나연이 함께 상담을 해 버렸으면 바쁜 아빠가 오전 오후 따로 시간을 내느라 번거롭지도 않으련만 참 불편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나연이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마치고 나오니 주차장 가까운 운동장에서 나연이반 아이들이 체육을 하고 있었다.

무용을 배우는 것 같은데 제일 뒷줄에 서서 마지못해 따라한다.

무용을 마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데 맨 나중에 짝도 없이 혼자 흐느적거리며 따라가는데 왜 이리 마음이 아픈지.

집에 와서 아이들 생각하며 한참을 울었다.

아이들이 이렇게 힘들어하며 학교를 다니는구나

'말 안통하고 친구가 없어 힘들겠지 '라는 생각은 늘 마음속에 가지고 있으면서도 눈으로 직접 보니 정말 마음이 미어졌다.

그런 아이들을 짜증낸다고 혼내고 한국 가고 싶다고 울면 정말 보내버린다고 협박을 하고.

엄마 자격 없다.

아이들이 스트레스 받고 와서 엄마한테 위안 받아 볼까 하며 보채는 걸 모르고 그렇게 혼냈으니.

그래도 이 정도면 아주 훌륭하게 적응하고 있는데 내가 너무 욕심을 부린 건 아닌지 모르겠다.

오늘부턴 아이들에게 정말 잘 해야지 .무슨 짓을 해도 참고 넘어가야지

뉴 라이프 교회에 직접 차를 운전하고 가서 영어 회화 등록하고 왔다.

올 땐 제법 여유를 부리며 아이 텐(고속도로)을 타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