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풀냄새, 잔디냄새 향그런 축구장에서

김 정아 2003. 9. 25. 06:03

9월 20일 토요일

큰 아이는 지난 시즌 축구 활동을 매우 열심히 했다.

너무나 소심해 외국 아이들에게 말 한마디 먼저 건네지 못하고 자기에게 뭔가 불이익이 생겨도 혼자서 해결하지 못했다.

오히려 동생의 도움을 받을 만큼 소극적이어서 내 마음을 꽤 힘들게 했다.

그러던 아이가 축구 동아리에 들어가 일주일에 서 너 번 씩 미국 아이들과 부딫히며 고함을 지르며 필드를 뛰어다니더니 이제 더 이상 미국 아이들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중학생이 된 아이에게 축구를 더 이상 시키고 싶지 않았으나 이번 시즌도 간절하게 원해 등록을 하고 지난 8월 말부터 일주일에 두 번 연습에 나가고 매주 토요일은 다른 팀과 실전을 해 오고 있다.

지난 시즌은 연습장이 가까운 곳이었으나 올해는 거의 20분 넘게 운전해 가야 되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만하게 되었다.

중학생 아이에게 축구를 하게 한 것은 우리의 실수라고 생각하고 힘들면 빠지라고 했었다.

많은 숙제와 시험은 아이를 지치게 만들만도 하건만 아이는 그래도 축구를 포기하지 않는다.

부모가 축구 그만 하라는 소리를 할까 봐 더 열심히 숙제도 하고 공부도 한다.

며칠간 방과후에 연습을 하다가 오늘도 다른 팀과 정식 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경기장을 못 찾아 한참을 헤매다 정해진 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넓고 너른 잔디밭에 15개가 넘는 축구장과 몇 개인지 야구장이 있었는데 각 필드마다 경기하는 사람들로 활기가 넘치고 응원하는 소리가 기분까지 상쾌하게 해 주었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과 나와 간이 의자를 펴고 앉아 열렬히 응원하는 모습이 프로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처럼 재미있다.

거기에 잔디냄새, 풀 냄새가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어찌나 신선한지 코를 벌름거려가며 상쾌함을 들이켰다.

지난 시즌은 부모들이 꽤 쌀쌀 맞았는데 이번 부모들은 상당히 친절하고 내 못하는 영어를 끝까지 들어주며 대답을 해주어 축구장에 오는 기분이 그리 무겁거나 부담스럽지 않아 마음이 너무 편하다.

오늘 두 팀 아이들의 축구 실력이 너무나 막상막하이더니 마무리에 골을 더 넣어 4대 3으로 이기고 돌아왔다.

아이가 이렇게 자신감을 가져가는 것이 참 다행이란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지난 시즌 축구장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노란 양말을 신은 아이가 원석이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