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80일간의 긴 여름방학을 마치고.

김 정아 2003. 8. 20. 05:48
8월 12일 화요일

근 80일간의 긴 여름방학을 마치고 아이들이 일제히 개학을 맞았다.

집에서 7시 42분 학교 버스를 탔던 큰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한 시간이 빨라져 6시 40분 버스를 타야 한다.

초중고 중에서 중학생이 제일 빨리 갔다가 제일 빨리 돌아온다.

중학생을 내려놓은 버스가 초등학생을 싣고 와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돈이 많은 미국이라도 초, 중, 고 생의 학교 버스를 따로 마련해 놓을 수는 없는가 보다.

아이들의 불편을 감수하며 버스를 순환시키는 걸 보면.

졸리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 우유 한잔 마시고 버스가 서는 곳으로 갔다.

아이 아빠는 처음 중학교 가는 날이라며 사진기를 들고 나와 기념 사진을 찍어주었다.

첫날이라 가방은 엄청나게 무겁고, 줄 서 기다리는 아이들 중에 우리 아이가 가장 작았다.

버스에 올라가는 아이가 너무 안쓰럽고, 오늘 학교 생활 잘 하고 올까 걱정이 된다.

남편은 버스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제자리에 서 있다.

워낙 소심한 우리 아이는 며칠 전부터 학교 가기 무섭다고 하며 동생을 부러워했다.

동생은 같은 학교 그대로 다니니까.

중학생 아이는 3시 5분에 집에 오고, 작은아이는 4시 20분에 도착했다.

난 각자 가져온 안내서를 읽어보지도 못하고 미리 질려 버렸다.

두 아이 것을 나름대로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가려 놓는데도 한 시간이 훌쩍 가버렸다.

초등학생 것은 작년 것과 비슷한 것 같지만 중학생 것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이걸 다 사라는 거야?

이걸 어디다 쓰는 거야?

이게 뭔데 서명을 하라는 거야?

누구에게 물어 볼 사람도 없는 것 같아 머리를 싸매다가 집에 온 남편에게 다 떠 넘겼다.

남편도 이리저리 전화 해 보다가 간신히 대충 정리를 했다.

작년 학기 까진 오후의 내 자유시간도 길었었다.

아이들 오는 시간이 4시가 넘어서니 그 때까지는 아줌마들과 신나게 놀 수 있었는데 아이가 중학생이 됨에 따라 나의 귀가 시간도 한 시간이 빨라진 것이다.

미국 법은 만 12살까지는 부모 없이 아이들만 집에 둘 수 없으니 비록 중학생이지만 아이가 하교하는 시간엔 반드시 부모가 집에 있어야 한다.

미국 법이라는 것이 왜 이렇게 사람을 구속하는 걸까? 미국은 왜 초등학교가 5학년까지일까? 투덜거리다가 아이를 한 학기 빨리 입학시킨 것까지 엄청 후회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