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9일 일요일
한국인을 한국인으로 규정하는 가장 큰 사항은 한글을 알고,
한국어를 말하는 것일 것이다.
문자와 언어의 중요성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가장 큰 요건이다.
성당에서 작년에
없던 아이들의 한글 교육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한다.
두 아이의 신청서를 작성해서 냈는데 오늘 학부모를 위한 오리엔테이션을
했다.
초급반을 4개 반으로, 한 반에 6명씩 구성했다고 한다.
중급 반은 2개 반으로 , 성가 반은 1개 반으로
나누었다.
큰 아이는 중급 반에 들어갔는데 우리 아이의 실력이 가장 월등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아마 지우와 자웅을 겨루게
될지도 모른다.
지우가 원석이보다 두 학년이 아래이기는 하나 지금도 한국어 책을 열심히 읽고, 지우 역시도 우리보다 한 달 먼저
이곳에 도착했기 때문에 한국어 실력이 만만치 않을 거라 예상하고 있다.
모임에 참석한 엄마들의 눈빛이 빛난다.
"제발
이번에 읽는 것이라도 좀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숙제가 많아도 좋아요"
"한 달만 하지 말고 계속했으면
좋겠어요"등등 엄마들이 많은 열성을 보인다.
수녀님이 나를 보시더니 "자매님 아이들은 한국말 잘 하지요?"
하신다.
"작년에 3학년 마치고 왔으니 잘 하지요" 했더니 모든 어머니들이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교재를 보니
'한국어 회화' '한국어 강독'등이다.
'중국어 회화' '영어 회화' 라는 책은 보았어도 '한국어 회화' 책은
처음이다.
이 아이들에게는 한국어는 어려운 외국어이다.
스페니쉬들이나 인도, 중국 사람은 부모가 여기서 태어나고,
자녀가 여기서 태어나서 모국어처럼 영어를 사용할 줄 알아도 가정에서는 자녀들에게 절대로 영어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몇 세대를
여기서 살았다해도 그들의 모국어를 잊지 않고 끈기를 가지고 가정에서 가르친다고 한다.
그러나 영어가 되는 한국인들은 아이가 한국말을
못 알아들으면 바로 영어로 말해준다.
영어만 잘 하는 한국 아이는 별 매력이 없다.
그 기본엔 언제나 한국말이 깔려
있어야 한다.
난 요즘 여덟 살 된 우리 작은아이를 부쩍 다그친다.
"제발 한국말로 좀 해라!"
"나
한국말 어렵단 말이에요."
정말 가소롭다.
여기 온지 겨우 일년 넘은 아이가 한국말이 어렵다니 기가
막힌다.
짜증을 내어도 계속 한국말 할 것을 요구하며 "우리는 꼭 한국에 돌아갈 것이고, 한국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말
하는 거야. 한국말 못하면 완전한 한국 사람이 될 수 없어"라고 하면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돌아서면 어쩌고 저쩌고 다시
영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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