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내 나라

멕시코의 힙합 댄스와 한국의 태권도 시범등등.

김 정아 2003. 5. 20. 05:40

5월 17일 토요일

'CATHOLIC TEEN IDOL'이란 주제로 10대들의 TALENT SHOW 가 있었다.

우리 지역의 각 민족 성당들이 연합하여 세계 선교 기금 마련을 위해 준비된 공연이었다.

각 성당 고등학생들의 재능 발표였는데 많은 민족들이 자리를 함께 한 다채롭고 흥미진진한 행사였다.

정말 오랜만에 라이브 공연을 보면서 10대들과 함께 환호했고, 정열적인 락 음악에도 아이들처럼 즐거울 수 있었다.

우아한 발레 공연에도 아낌없는 박수를 쳤고, 발리볼 발레도 너무 재미있고 흥미로와 많은 사람들과 함께 파안대소를 하며 휘파람을 불어댔다.

경쾌한 음악에 힙합 춤을 추는 멕시칸 10대들의 광란에 가까운 무대에도 환호를 했다.

잔잔한 연주를 하는 백인 여학생의 풀룻 연주도 환상적이었다.

그러나 정말 주체 할 수 없는 감동으로 다가온 우리의 무대!

초록색 저고리에 빨간 치마, 족두리와 화사한 부채를 들고 등장하는 우리 여학생들의 모습에 사람들은 모두다 긴장했다.

북소리와 더불어 초보 여학생들의 부채춤이 시작되자 줄곧 박수소리가 따라 온다.

부채를 들고 흔들고 돌며 물결을 이루자 사람들은 저마다 탄성을 지른다.

저 아름다움 속에 숨어있는 한국인의 따뜻한 마음이 다가온다.

큰절을 하며 춤을 끝냈는데도 사람들의 탄성과 박수소리는 그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남학생들의 태권도 시범이 이어졌다.

하얀 도복을 입은 아이들이 무대에 올라 차렷 경례를 하고 시범을 보인다.

돌려차기, 송판 격파하기, 의자에 올라간 사람의 송판 격파, 갑작스런 위험상황에 대처하기, 등등으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러더니 뾰족한 식칼에 사과 하나를 꽂아 들고 서있다.

위험하게 저것으로 뭘 하려는 걸까?

손으로 사과를 두 쪽으로 가르려는 걸까?

사범은 사과를 든 아이의 앞으로 나와 거리와 발을 올려가며 높이를 잰다.

발 차기를 하려는가 보다.

그러더니 검정 천으로 사범의 눈을 가린다.

사람들은 의아해 한다. 한국인도 미국인도.

눈을 가리고 저걸 발 차기를 하겠다고?

순간 장내는 물을 끼얹은 듯 고요하다.

어떤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자기 눈을 두 손으로 가린다.

가슴이 철렁거린다. 모두다 긴장한다.

한국을 알리기 위해 저렇게까지 모험을 해야 하는가?

마지막으로 기를 모으며 감긴 눈으로 다시 한번 거리를 잰다.

그러더니 무지막지한 기합소리와 함께 사과는 공중에서 반으로 갈라져 떨어지며 조각난다.

그것도 공중에서 한번 돌려차기를 해서 말이다.

사람들은 눈앞에 보이면서도 믿어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박수를 쳐대고 소리를 지른다.

오늘 공연에 참가한 아이들은 내가 알기로 대부분 여기서 태어난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은 한국어에 서툴다.

영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하는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은 국적을 따지자면 엄밀히 말해 미국인이다.

앞으로도 그 아이들은 대부분 미국 땅에서 살 것이며, 미국 시민으로 살아갈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오늘의 공연은 무슨 의미를 가질까?

그들 몸에 흐르는 한국인의 진한 피를 느꼈으리라.

한국인의 긍지를 느끼며 한국인의 자부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