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내 나라

나의 산타페와 세도나

김 정아 2003. 7. 26. 01:47

7월 14일 월요일
나의 산타페가 우리 곁을 떠나갔다.

작년 4월 11일 나에게로 왔으니 만 1년하고 3개월 동안 우리 가족과의 인연을 끝내고 떠난 것이다.

그 동안 말 안통하고 길 모르는 이곳에서 나를 든든히 지켜 주었다.

단 한차례의 접촉 사고는커녕 눈에 띄는 상처 하나 없이 아껴 가며 탔었는데 오늘 딜러샵에 갖다주었다.

생명 없는 물건이라고 하나 마지막으로 몸체 한 번 쓰다듬고 오는데 하마터면 눈물이 나올 뻔했다.

학교에서도 가끔 외국 아줌마들이 내 차를 한참동안 쳐다보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웃으며 "당신 차 너무 예쁘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나도 웃으며 "다음 번에 당신도 산타페 사요."라고 말해준 적도 여러 번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기분도 좋아지고 자긍심도 생기곤 했었는데.

현대차가 다른 차에 비해 값도 싼 편이지만 나중에 중고로 팔 때는 거의 제값을 받지 못한다.

일본이나 미국 차에 비해 엄청나게 떨어지는 가격이라 팔 때는 고민이 되는 편이다.

이번에 기아에서 rent카를 내 놓으면서 계열사 직원에게는 아주 파격적인 조건으로 할인해 주는 상품을 선보였다.

한달 랜트비 350불 속에 보험료와 엔진오일 교체 등 모든 제반 비용을 포함하고 있어 아무리 계산을 해 보아도 지금 산타페를 팔고 rent를 하는 게 금전적으로 상당한 이익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눈물을 머금고 산타페를 팔고 기아의 세도나를 rent하기로 한 것이다.

나연이는 새 미니 벤을 탄다는 생각에 너무나 들떠있지만, 우리 셋은 아쉬워서 산타페를 쳐다보고 또 쳐다보고 했다.

한국에 돌아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아쉽게 딜러샵을 빠져 나왔다.



7월 23일 수요일
지난주 수요일에 나온다는 기아의 세도나가 오늘에야 왔다.

미국 사람 약속 안 지키는 것은 어느 면에서는 한국 보다 더하다.

특히 차 문제에 있어서는 제 날짜에 차를 받았다는 사람들이 없는 것 같다.

차 한 대로 10일간을 힘들게 버텨왔다.

기본적으로 아이들 pick up에, 남편 출퇴근을 시키는 일까지 더해져 하루종일 운전만 하고 다니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남편이 휴스턴 밖으로 나가는 이틀은 렌트차를 이용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현대차만 탔기 때문에 다른 차들은 어색했는데 막상 초록색의 중후한 세도나를 보니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오전에 기본적인 것들을 점검하고 먼저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그리고 오후에 아이들 데리러 가는 길에 얼마나 떨었는지 모른다.

수없이 십자성호를 그으며 제발 아무 사고 없이 아이들 데리고 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빌었다.

교회에 도착할 때까지 몇 마일간은 뒤에서 빠른 속도로 덤벼오는 차들 때문에 무섭기도 했는데 오는 길은 좀 여유를 갖기도 했다.

산타페에 비해 큰 차이긴 하지만 운전하는데 별로 다른 점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차고 안에 주차하고 빼 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남편이 가장 걱정했던 점도 내가 운전해야 될 차인데 커서 주차하기 힘들지 않을까 했던 것인데 역시나 걱정이 좀 되긴 한다.

그러나 또 생각해 보면 내가 운전을 시작한지 벌써 9년째인데 그것도 못 할까 라는 배짱도 생긴다.

모쪼록 아무 탈없이 운전할 수 있기만을 바랜다.

*세도나는 한국에서는 카니발이라고 하는 미니벤인데 여기서는 세도나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