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내 나라

외국인 관객을 숨죽인 한국의 부채춤

김 정아 2003. 5. 11. 00:11

5월 8일 목요일

내가 사는 지역엔 세 군데의 parents Center가 있다.

parents Center에서 하는 일은 여러 가지다.

그 중 가장 큰 사업은 영어 교육이다.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나 아시아 사람들을 위해 무료 영어 교육을 시켜주며 교재까지 무료로 배부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학교의 부속건물에 위치해 있으며 세 군데 중 자기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찾아가면 된다.

반드시 이 지역에 거주를 해야 한다.

그리고 분기별로 모임을 갖고 학부형으로서의 일반적인 소양교육이나 TAKS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 때로는 섬머스쿨에 대한 정보를 교육시켜주기도 한다.


말은 잘 못 알아듣지만 나름대로 많은 것을 얻고 돌아온다.

오늘은 parents Center에서 파티가 있는 날이었다.

세 군데의 parents Center 회원들이 연합했다.

이제 방학도 얼마 안 남았고 회원들 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일년간 배운 내용들을 정리하는 뜻 깊은 자리이다.


6시 30분에 시작해 각 나라의 뷔페 음식으로 차려진 식당에서 간단한 식사를 했다.

무대 위에 각 parents Center의 교사들과 학부형들이 나와서 인사를 했다.

MRS. SHONGH도 오늘은 분홍색 이브닝 드레스에 멋진 악세사리를 하고 우아하게 차려 입고 왔다.

친절하고, 항상 웃는 얼굴로 우리를 가르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까지 있어 나는 숑을 참 좋아하는데 오늘은 더 예뻐 보인다.


관계자들의 인사가 끝나고 본격적인 공연에 들어갔다.

이 파티를 위해 각 parents Center에서 자기 나라의 공연을 준비하고 발표하기로 했는데 우리는 민아의 부채춤과 사물놀이를 연습했다.


민아는 대학에서 한국 무용을 전공한 젊은 엄마다.

한국을 대표하는 공연엔 항상 그녀의 춤이 빠지지 않았는데 우리 회원이라 우리는 뭘 발표해야 할까? 걱정할 필요도 없어 너무 좋다.


그리고 사물놀이는 일 주일쯤 연습했다.

처음엔 나도 네 명중의 한사람에 끼었지만 나의 박자관념으로는 한국 망신을 시킬 것 같아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 집을 사물놀이 연습 장소로 제공하고, 그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등 뒤에서 돕기로 했다.

멕시코 사람들의 캉캉 춤을 시작으로 컬럼비아, 베네주엘라 등 거의 비슷한 수준의 춤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어 민아의 한국무용이 시작되었다.

좀 지루하게 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민아가 빨간 저고리에 화려한 색동치마를 입고 나타나자, 조금씩 술렁거리더니 춤이 시작되자 일시에 앞으로 몰리며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일어났다.


앞에서 비디오를 찍던 사람들도 일시에 긴장하는 듯 하더니 열심히 각도를 맞추고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았다.


약간은 소란스럽던 식당이 갑자기 숨을 멎은 듯 조용해지며, 들리는 것은 카세트에서 나오는 국악소리 뿐
이었다.


춤을 마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 일어나 기립 박수를 치는 것이다.

이 흥분과 이 쾌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마치 내가 주인공이라도 된 듯 가쁜 숨이 몰아 쉬어진다.

옆에 서있는 서민 엄마를 쳐다보았다.

그녀 역시 흥분한 빛이 역력한 얼굴로 열심히 손바닥이 아플 만큼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후 콜럼비아 사람의 기타 연주가 끝나고 우리의 사
물놀이가 시작되었다.

처음 보는 악기들이라 신기한 듯 쳐다보는데 연주가 너무 짧아 시작하자마자 끝난 듯 해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모든 공연이 끝나고 돌아오는데 진한 감동이 마음 한 가운데 가득히 남아 있다.

정말 조그만 내 나라, 내가 사는 텍사스보다도 더 좁은 내나라,

그러나 나는 텍사스보다 더 큰 내 나라의 강한 힘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