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내 나라

태권도장에서 열린 생일 파티.

김 정아 2003. 5. 13. 04:49

5월 10일 토요일

나연이 친구의 생일 파티가 태권도장에서 있었다.

아마 DAVID이 태권도장에 다니는 모양이다.

놀이 시설이나 롤러 링크장이나 레이져 사격장에서 생일파티를 하며 반 전체 친구를 초대하기에는 많은 지출을 해야 한다.


그래서 남자의 경우는 남자만, 여자의 경우는 여자만 초대하는 게 일반적인데 오늘은 비싼 장소가 아니라서 남녀 구분 없이 많은 아이들이 왔다.


태권도와 김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를 잡았다.

아이들 학교에서 예능 발표회를 하면 꼭 태권도는 빠지지 않는다.

노란 머리 아이들이 발음도 분명하게 '태권도'라는 기합을 외치며 송판을 깨트리고 발 차기를 할 땐 정말 가슴이 뿌듯하다.


그래서 우리 큰 아이에게 태권도를 가르치지 못하고 온 게 후회되기도 했다

내가 사는 동네의 MASON엔 두 개나 되는 태권도장이 있다.

한곳은 관장이 한국인이고, 한곳은 KARADE와 함께 태권도를 가르치는 곳으로 미국인이 관장으로 있다.

나연이를 태권도장에 데려다 주는데 입구에 들어서자 커다란 태극기가 벽에 붙어 있고, 도복을 파는 곳엔 '절제'란 한글이 새겨진 셔츠가 우리를 반긴다.


수많은 알파벳의 홍수 속에 살아가면서 만난 한글은 도도한 빛으로 우리의 자존심을 일깨워준다.

교실 안에는 미국인 태권도 강사가 초대받은 아이들에게 '태권도'라는 발음을 따라 하게 하며 기합 넣는 법을 가르친다.


아이들은 너무나 신나서 두 팔을 번갈아 내밀며 '태권도'라고 크게 외친다.

그러나 누가 감히 우리 나연이의 '태권도' 발음을 따라 갈 수 있으랴!

강사는 지나다 말고 나연이를 다시 한번 쳐다본다.

'저 아이, 한국 아인가?'하는 얼굴이다.

보통의 생일 파티는 왁자지껄한 소음 속에서 진행된다.

코인을 들고 이곳 저곳 오락기를 찾아다니며, 음료수 자판기를 찾아다니며 오로지 흥미만 찾는다.


그러나 오늘의 파티는 오붓한 분위기에서 이방인에 의해 한국의 문화를 어린아이들에게 알리는 귀중한 자리였다.


돌아오는 길에 아이는 "아빠, 태권도가 한국에서 왔지요? 친구들이 너는 좋겠다고 했어요" 한다.


나는 내 아이들이 이 미국 땅에서 한국인의 자존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교육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