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4일 수요일
방학은 자꾸 가까워지는데 섬머 프로그램이 적당한 게 없어
고민하다가 일단 부딪혀야 뭔가 알아 질 것 같다.
어제 일본 아줌마네 집에 가서 가까운 교회에 대한 정보는 대충 들었는데 ,등록
날짜도 알아보고 다른 교회도 가 보아야 될 것 같아서 공부하는 사람들끼리 뜻을 합치기로 했다.
멕시코 유명한 음식인
TACO로 점심을 같이 먹고 교회를 순례를 했는데 많은 교회가 6월에 섬머 바이블 스쿨을 한다.
6월은 E S L이라는 알찬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고, 우리가 원하는 것은 7월이다.
괜찮은 프로그램이 있다 싶어 가보면 이미 등록이
만료되었다.
캠프의 경우 교회에서 하는 약간 저렴한 프로그램이 5일간 450불 가까이 지출을 해야 한다.
그것도 두
아이면 정말 만만치 않은 금액이라 이방인인 나로서는 감히 엄두가 안 난다.
3시간 가까이 교회 푯말이 있는 곳엔 무조건 들어가 여름
성경학교가 있느냐고 묻기를 계속했는데 무려 11곳의 교회를 헤매고 돌아다녔다.
그렇게 돌아다녔는데도 적당한 프로그램을 못
찾아 결국 우리 집에서 20분이나 먼 거리에 있는 교회의 성경학교에 등록하고, 오후는 사립학교의 유료프로그램에 한 과목씩 등록하고
왔다.
우리 모두는 한숨을 몰아 쉬며 한 마디씩 했다.
"아, 힘들어. 한국에 가고 싶어! 내 나라, 내 땅이
최고야!"
5월 15일 목요일
오늘은 1학년 아이들의 공연이 있는 날이다.
이곳의 공연이란 우리 나라의
유치원생보다 못한 것이라 별로 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내 딸이 나오는데 안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남편은 L.
A출장이어서 오늘도 나는 아이들만 양옆에 끼고 갔다.
여섯 개 반 아이들이 각기 다른 정글 동물들의 복장을 하고 무대에 죽 서서 한
반씩 돌아가며 중앙에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각 반마다 대표 아이들 셋이서 뭐라고 한마디씩 대사를 주고받는
게 전부였다.
작년에 우리 아이는 이곳 학교에 입학한지 한달 만에 발표회를 했었다.
두 명씩 짝을 지어 대사를 읊조리는
것이었는데 a. b. c도 모르는 그 아이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짝이 된 아이만 말을 하고 우리 아이는 아무 말도
못하고 무대를 내려 왔다.
그리고 나서 욕심 많은 아이가 자존심이 상하고, 기분이 나빴는지 나를 붙잡고 신경질을
냈었다.
"나도 잘 할 수 있었는데...."라며.
그 때 참 속상했었다.
우리 아이가 언제쯤 영어에 치이지
않고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을까 하고.
그러나 오늘 여섯 곡의 노래를 입을 벙긋거려가며, 웃어가며 부르는데 감사한 마음이 깊은
곳에서 우러나왔다.
이제 아이는 어떤 상황에서건 절대 움츠러들지도 않고 머뭇거리지도 않는다.
나를 대신해 영어를
말해주기도 하고 어디에서건 당당하고 자신만만하다.
난 이런 현실들에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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