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풍덩풍덩 물장난을 하며.

김 정아 2003. 4. 28. 08:09

5월 22일 수요일

나연이 학교 킨더 가텐 아이들의 Splash day다.

도우미를 한다고 적어 보내서 학교에 가긴 해야 되는데 내가 준비과정에 간다고 했는지 아이들 활동하는데 간다고 했는지 생각이 안 난다.

실수하기 싫어 준비과정부터 도와 주기로 마음먹고 학교에 갔는데 백인 엄마들이 ( 아마 학교에서 한 치맛바람 하는 쟁쟁한 엄마들일 것이다. 눈에 익은 엄마들이 많았다.)

나와서 자기네끼리 웃으며 이것저것 분주히 움직이는데 나는 풀 하나 들어 이동시켜주고 나니 더 이상 할 일이 없다.

노란 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미국사람들 옆에 키 작고 검은머리 동양인이 서 있는 게 어쩌면 그들에게 불청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몸 둘 바를
모르다가 마침 나연이반 체육시간이라 아이들 무용하는 것 구경하다가 차안에 들어가 있다가 억수로 후회를 했다.

다음부턴 절대로 오지 말아야지.

이젠 나연이도 적응이 되었으니 진짜로 오지 말아야지 . 무용하는 것 보니까 이젠 정말 즐겁게 잘 하잖아.

잔디 마당의 커다란 풀에 물 담아 놓고 스프링클러 돌려놓고 아이들을 기다렸다.

수영복을 입은 아이들이 너무나 신나 한다.

풀에 뛰어들어 첨벙첨벙하다가 면도크림이랑 여러 가지 페인트를 온몸에 묻히고 칠하고 서로 장난하다가 물 풍선 가지고 던지며 터트리고 놀고.

누구의 제재도 받지 않고 온 몸을 더럽힌 아이들이 비누 방울 만들어 불다가 더우면 다시 풀 안에 뛰어들고.

그러다 미끄럼틀 타고 놀다가 또 더우면 스프링클러 옆에서 몸을 적시고.

식사시간이 되어 특별히 주문한 피자로 아이들에게 배식하는 것 도와주고 점심을 먹고 다시 조금 풀장에서 놀다가 커다란 분필로 운동장바닥에 마음껏 낙서를 하다가 그리고 예정된 시간이 되어 교실에 들어갔다.

우리의 학교문화랑 너무 차이가 난다.

학교 시멘트 바닥에 분필 낙서되어 있으면 주번 선생님은 그걸 지우느라 양동이에 물 담아 들고 부산을 떨건만 여기는 제재하기는커녕 오히려 교육시키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학교 트랙을 운동 삼아 산책하다가 여기저기에 낙서가 되어있어 왜 이런걸 안 지우지? 하며 의아해 했는데 체육시간에 그렸다고 했다.

그리고서 아이들 옷 갈아입는 것을 도와주고 담임선생님이 나연이 칭찬하는 것도 듣고.

이렇게 분주한 행사를 하는데도 선생님들은 밖에서 무슨 준비를 하는지 전혀 모른다.

아이들 인솔하고 잔디마당에 나와 "very good" 한마디만 하면 땡이다.

아침에 가서 보니 마당에 수도 호스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엄마들이 상의해 풀 가져오는 것에서부터 아이들 간식, 점심, 운동장 뒷정리, 아이들 옷 갈아 입는 것 도와주는 것까지 모두 엄마들의 몫이다.

미국 선생님들 편해서 참 좋겠다.


5월 24일 금요일
8월 19일 개학이라는 안내장과 함께 오늘 드디어 길고 긴 여름방학에 들어갔다.

한국은 방학되면 이것저것 숙제가 너무나도 많지만 여기는 하다 못해 일기 쓰는 것조차 없다.

거의 세 달에 가까운 방학이라서 부모들마다 summer school에 아이들을 보내는데 교육비가 만만치 않다.

나연이는 학교에서 마련한 E S L 프로그램에 한달 동안과 미국 교회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한달 정도 원석이는 교회만 2달 가기로 했다

교회 프로그램이 한 달에 650불이니까 정말 만만치 않은 지출이다.

한국교회의 summer school이 두 명 보내는데 한 달에 650불이니 딱 두 배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미국 생활에 얼른 적응만 한다면 무엇이 아까우랴.

원석이는 방학동안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겠다고 무척 벼르고 있다.

방학동안 아무쪼록 많은 발전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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