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내 나라

젊은 음악인 부부의 연주회장에서...

김 정아 2003. 5. 7. 05:52

5월 4일 일요일

저녁 늦게 아이들 피아노 과외 선생님의 박사학위 취득에 중요한 연주회에 갔다.

아이들이 한참 피아노 슬럼프에 빠져 있어서 선생님의 연주를 보고 오면 의욕도 생길 것 같고, 부부가 처음으로 같이하는 연주회를 격려도 해 주고 싶었다.

혹시 늦을 지 몰라 길을 서둘렀는데 휴스턴 다운타운 가는 길에도 체증이 없어 무려 1시간이나 먼저 휴스턴 대학의 연주회장에 도착하게 되었다.

미국은 고등학교도 엄청난 캠퍼스를 자랑한다.

전 미국의 10위 권 안에 든다는 우리 지역의 테일러 하이 스쿨은 엄청난 규모의 수영장 건물이 따로 있고, 야구 필드와 테니스코트, 그리고 축구 필드가 따로 갖추어져 있다.

대학은 과연 어떨까 궁금했는데 역시나 한국 작은 도시의 다운타운 정도는 되는 것 같다.

학교 안의 도로가 일반 도로처럼 신호체계가 있었고 몇 마일에 걸쳐 이어져 있었다.

학교 안에서는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지나가고 있었고 나무 그늘에서는 일요일임에도 많은 남녀 학생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고 그들의 젊음이 부러웠다.

시간이 되어 객석에 앉으니 생각 외로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고 미국인도 눈에 많이 띄었다.

까만 드레스를 예쁘게 차려 입은 피아노 선생님과 흑인여학생의 첼로 협주로 막이 올랐다.

그리고 메조소프라노와 테너 성악가의 노래로 이어졌는데 특히 정말 뚱뚱한 테너의 노래는 가히 일품이었다.

다이어트를 해서 몸을 조금만 줄인다면 그 목소리와 함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을 것 같다.

좋은 목소리가 몸에 가려져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의 남편과의 클라리넷 연주는 기립박수까지 받는 엄청난 열광의 도가니였다.

하지만 그 좋은 연주를 우리 아이들은 못 보고 일찍부터 졸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곯아 떨어졌다.

젊은 음악인 부부가 힘들고 어려운 유학생활에 굴하지 않고 자랑스런 한국인으로, 세계속에 우뚝 선 음악인의 길을 걷도록 기도하며 집에 돌아온 시간은 밤 10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