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큰 내 나라

난 동양 사람이 좋아!

김 정아 2003. 3. 14. 13:23


3월 5일 수요일
케이리 학군에서 E S L 학부모를 상대로 강의가 있었다.

알파벳 순서로 부르면 해당 국가 사람들이 일어났는데 K를 부르자 나 혼자 일어났다.

어느 나라냐고 묻자 코리아라고 대답했는데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M에는 거의 반수가 넘는 사람들이 일어나며 왁자지껄했다.

멕시코 사람들이다.

스텝들이 학교의 여러 가지 알아야 할 상황들을 이야기했는데 스페인어로 동시 통역을 해주어서 영어를 모르는 많은 스페니쉬들은 편하게 앉아서 경청했고 한 스텝이 내가 제일 영어를 못하게 보였는지 나에게 와서 이해하겠느냐고 물었다.

못 알아듣겠다고 말해야 단 한 명의 한국인을 위해 동시 통역을 해 줄 수도 없을 것 같아 그냥 알아듣는다고 말해버렸다.

그리고 E S L의 의장과 비서를 뽑는 차례가 되었다.

의장과 비서에 중국인 두 명씩과 멕시코인 2명씩이 후보자로 올라왔다.

잠시 쉬는 시간에 아시안을 뽑자며 일본 아줌마가 로비를 했는데 워낙 막강한 스페니쉬 앞에서 중국인 두 명 다 맥을 못 추고 떨어지고 말았다.

한국의 지역감정을 이곳에서 본 듯한 느낌이다.

멕시코인 한 사람은 영어를 못해 스페니쉬로 이야기를 했는데 이성적인 판단이라면 당연히 여기서 11년이나 살고 영어에 능통한 중국 아줌마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같은 스페니쉬라는 감정 앞에 이성은 저만치 물러가 주저앉아 버렸다.

학교 수업시간에도 이제 시간이 흐르면서 각자의 자리가 조금씩 정해지고 있다.

내가 앉던 자리가 아니면 선생님이 보이는 가장 좋은 자리가 비어있어도 가지 않고 내가 자주 앉던 자리도 내가 늦게 가더라도 사람들이 앉지 않고 비워둔다.

우리 테이블은 모두 동양인이다.

나를 포함한 한국인에 홍콩사람, 태국사람, 일본사람들이다.

한국아주머니한테 선생님이 보이는 앞자리에 앉자고 했더니 동양 사람이랑 같이 있는 게 편하다고 해서 나도 그 자리에 앉게 되었다.

모르는 단어는 한자를 사용해서 말하기 때문에 멕시칸들보다 의사나 감정의 소통이 잘 이루어진다.

김치에 대한 이야기, 삼계탕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우리 테이블 사람들은 모두 관심을 가지고 어제 해서 먹었다든지, 맛이 있다든지, 좋아한다든지 해서 교감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멕시칸들보다 친밀감이 생기는 건 당연하긴 하다.

그래서 그룹을 만들어 한 집씩 돌아가며 점심을 같이 먹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모두 찬성했다.

그 집의 부담을 덜기 위해 각자 자기 나라의 음식 한 접시씩 해서 모이기로 했고 그룹의 이름도 짓기로 했다.

우리 동양인이 그런 것처럼 중남미 사람들도 자기네끼리의 친밀감이 생기는 건 당연하겠지!

2시간 반이라는 일정을 모두 마치고 일어나는데 여러 가지 상념이 넘친다.

언제나 저 사람들의 말을 다 알아들을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긴 올까?

하긴 처음 여기 올 때 보다 T. V소리가 조금 들리긴 한다.

그래서 마음이 편해졌다가 어느 날은 영어가 한 마디도 귀에 안 들려 스트레스를 받다가 의욕이 없어져 버리기도 한다.

조바심 갖지 말고 기다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