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5일 화요일
프란세스는 홍콩 아줌마다. 제이는 상하이 아줌마다.
오늘
둘이서 집을 사고 융자를 얻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열심히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둘이 영어를 쓰고 있는 것이다.
쉬운
이야기도 아니고 그래도 약간은 전문 용어가 들어가는 어려운 대화를 영어로 나누고 있기에 왜 중국어로 안하고 영어를 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둘의
중국어가 서로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중국의 표준어가 북경어이고 학교를 다니면서 표준어로 공부를 하기 때문에 학교의 공교육을 받은
젊은 사람은 다들 북경어를 알고 있는 줄 알았다.
그 순간 나는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을 느꼈다.
같은 민족이라 할 수
있는 두 사람이 영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나 낯설게 느껴졌다.
프란세스와 나는 이 메일을 자주 주고받는
편이다.
성격이 포근하고, 매일 아침마다 커피 메이커에 물을 붓고 끓여 공부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서비스하는 그 마음도 아름답고,
내가 영어에 서툴러 의사소통이 안 되면 꼭 한자를 써서 나를 이해시켜주고, 나의 서툰 영어를 절대 탓하지 않고 끝까지
들어준다.
그리고 특별한 일이 아닌 한 결코 수업에 빠지지 않는 성실함까지 갖추어 나보다 네 살이 많은 프란세스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런 프란세스가 어느 월요일에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
웬일인가 싶어 집에 와서 이 메일을 써서
보냈다.
영어가 서투르고 단어 찾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해, 난 중국어로 메일을 보낸다.
바로 답장이 왔는데 작은아이가
기침이 심해 학교에 갈 수가 없어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느라고 학교에 못 왔다는 것이다.
'咳嗽'라는 한자는 기침을 뜻하는데
중국어의 정확한 발음을 알 수가 없어 다음날 프란세스에게 발음을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자기는 북경 발음은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나를 데리고 저쪽 테이블의 북경 아줌마 윌링에게 가서 발음을 물어보았다.
프란세스는 어느 날 싱가폴 아줌마와 이야기를 하다가 나를
가리키며 "Jung A speaks mandalin(북경어) better than me"라고 해 나를 정말 황당하게 만든 적도
있었다.
맙소사! 내가 어떻게 중국인보다 중국어를 잘 할 수 있단 말인가?
사실 사범대학 중국어 교육과를 졸업했다고 하나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열심히 했던 것도 아니고, 교직에 서서도 줄곧 한문을 가르쳐 왔기 때문에 나의 중국어 실력은 너무나 형편없다.
겨우
겨우 5분 정도의 대화는 가능할 것이다.
홍콩에서는 북경어를 학교에서 2년 정도 배운다고 했다.
나는 4년을 배우긴
했다.
그래서 자기는 나보다 북경어를 못 한다는 것이다.
정말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안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 때도 나는 충격을 받았는데 오늘 제이와의 영어 대화는 대단한 사건이었다.
하긴 손바닥만한 대한민국도 사투리가
있는데 그 넓은 땅덩어리에 사는 사람들이 서로 의사가 통하지 않는다 해도 이상할 건 없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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