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백수 아줌마

잔디 깎는 아줌마.

김 정아 2003. 7. 8. 00:18
7월 1일 화요일

한여름이라서 그런지 잔디를 깎고 돌아서면 또 자라있다.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이다.

한국에 있을 때 외국 영화를 보면 집집마다 정원에 잔디가 깔려 있는 것이 그렇게 평화로워 보이고 멋있어 보였다.

어린아이가 강아지와 함께 뒹구는 모습도 간혹 본적이 있는 것 같다. 영화에서.

미국에 왔으면 잔디가 깔린 정원에서 살아보는 것도 꼭 해보아야 할 일 인 것 같아 무리를 해서 이사를 왔다.

그러나 잔디가 얼마나 애물단지인지 전에는 몰랐었다.

잔디를 파먹고 사는 굼벵이가 있어 수시로 약을 뿌려 주어야하고, 때때로 잔디밭에 있는 잡초를 뽑아야 하고, 특히 참을 수 없는 건 불개미다.

예쁘고 푸른 잔디밭에 사람들이 나와서 앉아 있는 모습을 본적이 없다.

이유는 불개미 때문이다.

잔디 어느 구석에 집을 만들고 있다가 예고 없이 사람을 문다.

독성이 얼마나 강한지 그룹의 직원 부인이 여섯 군데를 물려 응급실에 실려 가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고, 일본 친구 구미꼬는 잔디의 잡초를 뽑다가 불개미가 따라 올라와 물렸는데 손등과 발등이 통통 부어 며칠간을 고생했다.

그리고 일 주일에 한번씩은 꼭 잘라 주어야 하는데 바쁜 남편이 관리를 잘 할 수 없어 일주는 멕시칸이 와서 잘라준다. 한번에 20불이다.

그리고 한 주는 남편이 하는데 요즘 출장 준비로 너무 바쁘니 시간을 낼 수가 없다.

자란 잔디를 더 두고 볼 수 없어 기계를 들고 나왔다.

오늘 안 자르면 아마도 경고장이 날아 올 것 같다.

시동 거는 것도 힘들어 원석이와 몇 번 실패를 하다가 겨우겨우 성공해서 조금 가다 보니 엔진이 꺼져 버린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방법을 확인하고 다시 시동을 걸어 움직였다.

기계는 왜 이리 무거운지 내가 원하는 곳으로 움직이질 않는다.

잔디 통이 꽉 차서 그러는가 보다 하고 비우고 움직이니 좀 낫다.

땀을 흘려가며 아들과 겨우 깎았는데 모양이 좀 그렇다.

성취감에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나 오늘 잔디 깎았다" 했더니 사람들 왈 "남편 길 잘못 드니까 다음부터는 절대로 깎지마"한다.

허∼ㄱ !

이 나이에도 남편 길들이며 살아야 하나?

난 앞으로도 내 남편이 바쁘다면 얼마든 더 깎을 용의가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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