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백수 아줌마

아줌마들의 개학 파티

김 정아 2003. 8. 21. 02:57
8월 13일 수요일

아이들을 개학시키고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자축의 의미로 파티를 하자고 해 오랜만에 동네 아줌마들이 모
였다.

그간은 아이들 pick up하랴, 간식 만들어주랴, 수영장 데리고 다니랴, 학기 중 보다 더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니 서로 얼굴 보기도 힘들어 개학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다 다섯 명이 만세를 불렀다.

그간 쌓였던 말들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 집에 모여서도 한참을 이야기하다 일식 뷔페로 향했다.

일식 뷔페는 한 번 가자, 가자 하면서도 쉽게 가지지 않았다.

일단 우리 동네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이고 고속도로를 타고 가야 하는 부담 때문이다.

그리고 깔끔한 음식으로 동양사람들의 입맛을 충족시키기 때문에 가격도 상당히 높아 쉽게 가지지 않는 곳이었지만 오늘만은 마음이 들떠 아무도 이의를 제기 하지 않았다.

나의 세도나 시승식까지 겹쳐 신나게 가속 페달을 밟아 가며 목적지에 도착해 아이들 없는 자유를 마음껏 누려가며 식사를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한 언니가 갑자기 사색이 되더니 빨리 집에 가야 한다며 정신없이 일어나며 우왕좌왕한다.

우리는 영문을 몰라 왜 그러냐며 덩달아 안절부절 못 했다.

아침 일찍 콩나물을 삶는다며 개스렌지 위에 올려놓았는데 불을 끄지 않고 나왔다는 것이다.

대충 시간을 계산 해 보아도 뭔가 집에 문제가 일어났을 것 같다.

센 불에 물은 조금 넣고 적어도 세시간 이상이 지났으니 어쩌면 좋아 !

왜 미국 집은 나무로 지었을까? 부터 시작해 911에 신고를 해야 되지 않을까? 알거지가 되겠다는 등 별 소리를 다 해가며, 또 한편으로 언니를 위로 해 가며 정신없이 도로로 나왔는데 차는 왜 이렇게 꽉 막혀 있는지!

빠른 길을 찾아 속도위반까지 해 가며 제발 아무 일 없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언니 집 근처까지 오니 긴장감이 더 해진다.

"빨리 연기 나는 집 있나 찾아 봐!"

"어디서 사이렌 소리 안 들리나 잘 들어봐!"하며 집에 도착했는데 밖으로 보기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허둥지둥 차고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일단 연기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조금 안도를 하고 주방으로 들어가니 콩나물 냄새가 진하게 풍겨왔으나 아직 냄비에는 콩나물이 물과 함께 얌전히 끓고 있었다.

우리는 '휴'하고 안도의 한숨을 들이쉬고 집주인을 향해 악의 없는 비난을 해 댄다.

우리의 개학 파티가 이렇게 허둥지둥 끝나버렸으나 우리는 너무나 유쾌하게 웃음과 농담을 주고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