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9월 3일 토~9월 5일 월요일
남편은 오래 전부터 빅 밴드 여행을 가자고 했다.
그러나 2년 전에 다녀왔기 때문에 안 가겠다고 완고하게 버티었으나 같이 가는 일행이 이미 숙박 업소를 예약했다며
무언의 압력을 강하게 가해 왔다.
어쩔 수 없이 토요일 밤 11시에 휴스턴을 출발해 온 밤을 달려 일요일 정오 12시 30분에 우리 가족을 포함해
여섯 가족이 백 밴드의 중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라면을 끓여 점심을 먹고 산에 갈 일행과 강가에 갈 일행을 나누었다.
온통 평야지대 뿐인 텍사스에 거의
유일한 듯한 산을 가보아야 할 것 같아 우리 가족은 산행을 택했다.
그리 험하지 않은 산은 정상까지 2.4마일을 가리키고 있었다.
산짐승들, 특히 사자가 출몰하는 지역이라 했으며 우리 일행중 한 사람은 오래 전 산행에서 직접 사자를 보았다고
했다.
그분은 사자를 만났을 때의 행동요령을 우리에게 알려 주었다.
위험하긴 하지만 사자를 직접 볼 기회를 노리며 올라갔다.
사막 식물들이 산길에 죽 나 있었고 휴스턴과 달리 쾌적한 날씨와 간간이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밤을 새다시피 한
지친 우리 몸에 생기를 넣어 주었다.
정상에 올라 우리가 출발했던 곳을 바라보니 아득히 멀어 어떻게 올라 왔을까? 대견한 생각이
들었다.
3시간 30분 정도 걸린 산행을 마치고 저녁을 먹고 신나게 여흥을 즐기려 했으나 밤 새워 운전해 온 피곤함이 온
몸에 밀려와 모두가 일찍 해산하길 원해 11시쯤 각자 숙소로 돌아갔다.
그 다음날인 월요일 아침 숙소의 아메리칸 스타일의 거친 음식을 먹고 10시 30분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휴스턴에
돌아왔다.
점심과 저녁을 해결하고, 어린아이들이 많은 까닭에 여러 곳에서 쉬고 집에 돌아온 시간이 밤 11시 30
분이었다.
왕복 25시간을 운전하고 우리가 빅 밴드에 머물렀던 시간은 고작 22시간 정도였다.
난 떠나기 전 이번 여행의 모든 것이 불만이었다.
수 차례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혔음에도 남편의 일방적 독선으로 행해진 것, 넓고 넓은 미국 땅에서도 이미 가보았던
곳을 다시 가야 한다는 것, 25시간이라는 긴 시간을 운전해야 한다는 것, 여유 있게 머문 시간보다 오가는 데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는
것, 밤을 이용해 운전해야 한다는 것 등등이 너무 맘에 안 들었다.
그리고 내가 특별히 뭔가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뉴올리언스의 대 재앙으로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수많은
한인들이 있는데 휴스턴을 떠나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희희낙낙 한다는 것도 맘에 걸렸다.
그러나 막상 도착하고 나서는 기분이 좋아 졌다.
사막과 산이 만나는 빅 밴드는 1935년 텍사스의 유일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2년 전에는 겨울철 여행이었는데 사막의 모습이 그때와는 너무나 달랐다.
잡목들이 무성한 잎을 달고 생명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그 푸릇푸릇한 모습들이 신기할 만큼 아름다웠다.
키 작은 선인장, 가시 뾰족한 이름 모를 알로에, 가녀린 꽃을 피워내는 아름다운 들꽃들 등등에서 우리는 강인한
그들의 생명력에 찬탄을 자아냈다.
그리고 사방을 둘러 병풍처럼 처진 절벽들, 그 속을 흐르는 가느다란 강물들, 석양빛을 받아 주황색으로 물 들어가는
바위들 속에 앉아 있으니 우리도 자연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속에선 내 안의 욕심도 없어지고, 아웅다웅하는 다툼도 사라지고, 내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가는 길이 너무 힘들었지만 이것도 나중엔 하나의 추억이 되리라.
*한국에서 출장 온 남편의 오랜 친구. 이번 여행에 동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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