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학교 선생님과의 상담

김 정아 2003. 4. 4. 07:05

3월 27일 목요일

나연이 학교 선생님과 상담이 있는 날이다.

학급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고 선생님께 드릴 드라이 플라워 한 단을 산 다음 학교 앞에서 남편을 만나 교실로 들어갔다.

한국에서 온 지 얼마 안 되어서는 학교 가기 싫다고 거의 매일 아침 울었는데 너무나 즐겁게 다니고 있어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뿐이다.

학생을 이해하는데는 개인적인 이야기나 가정 생활이 중요함을 알기 때문에 여러 가지 우리의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아빠의 임기가 끝나면 한국에 돌아갈 것이라고 하니 나연에게는 언어나 문화나 너무나 훌륭한 경험이 될 거라고 말해주셨다.

한국에서 중학교 교사로 14년 간 근무했다고 하니 무슨 과목이냐고 물었는데 눈치 없는 남편은 중국어라고 대답해 버렸다.

난 어디 가서 절대로 중국어라고 대답 안 하는데.

혹시 학급에 중국인이 있어 언젠가 부딪혀 중국어로 이야기해야 한다면 나의 중국어 실력은 금방 들통나서 창피해지니까.

다행이 아이 반엔 중국인은 없다.

그리고 난 여기서 일을 안 하니까 너무 행복하다고 했더니 자기는 21년 동안 1학년 담임을 했어도 행복하다고 했다.

미국과 한국의 교육문화에도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 .

나도 이곳에서 선생님이라면 행복할 수 있겠다.

가르치는 것 이외에는 전혀 신경 쓸 것도 없고 3시 30분에 퇴근하고 궂은 일은 바렌티어가 와서 다 해주고 .

만약 내가 영어를 잘 할 줄 안다면 아무거나 바렌티어를 해주고 싶다고 했더니 말 못 하는 건 아무 장애가 안 된다며 나를 위로해 주었는데 나중에 혹시 전화가 올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한국에서는 굉장히 외향적이었는데 지금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지금도 외향적이고 아이들과 잘 어울려 논다 고 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주고받고 상담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남편이 하는 소리 "앞으로 당신 혼자 와도 되겠네! 당신 영어 잘 하네"한다.

하긴 내가 오늘 영어가 좀 된 것 같긴 하다.

아이가 적응을 잘 하고 아이 수준에서 영어도 곧 잘 해서 기분이 좋다.

한국에서는 짧은 방학을 이용해 영어 어학 연수를 보낸다 어쩐다 하는데 여기 와서 보니 영어 한달 배운다고 해서 전혀, 절대로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나마 입을 떼고 미국 아이들과 잘 어울리기까지 9개월 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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