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학교 체육대회

김 정아 2003. 1. 24. 08:37


1월 17일 금요일
원석이 학교의 5학년 field day다.

원석이 담임선생님께서 먼저 나를 알아보시고 원석이가 영어가 굉장히 많이 늘었고 친구들하고도 잘 어울려 걱정이 없다고 말씀하셔서 집에서 매우 열심히 공부한다고 말했다.

즐거운 필드데이가 되라고 하신다.

한국으로 말하면 체육대회 비슷한 날이다.

하루 종일 하는 것은 아니고 12시 45분부터 3시까지 짧은 시간에 아이들이 운동장에 나와 달리고 뛰고 노는 날이다.

한국에서는 잘 하는 몇 명의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어서 뛰고 나머지는 구경을 하거나 응원을 하거나 하는데 여기는 모든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학급의 인원수가 많지 않으니 가능한 일이다.

뚱뚱하다고 빼지도 않고 못 달린다고 사양하지도 않는다 .

주어진 경기에 너무나 최선을 다해 참석할 뿐이다.

원석이네 반 아이들은 정말로 운동에 소질이 없는 아이들이 모였는지 하는 종목마다 모두 꼴찌다.

가서 보니 우리 아이는 키도 제일 작다.

한국에서 4학년인 아이가 여기서 나이 꽉 찬 5학년 아이들과 공부하고 운동하는 것도 좀 힘들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4학년에 넣을 것 욕심부렸나 싶기도 하고.

주로 달리기, 뛰기로 이루어졌는데 너 때문에 꼴찌를 했다거나 못 뛴다고 힐난하거나 비난하는 일은 절대로 없다.

오히려 남보다 한 바퀴를 늦게 피니쉬 라인에 들어오더라도 모두 우렁찬 목소리로 환호를 해 준다.

원석이 반에 지체 부자유 아이가 두 명이 있는데 그 중에 한 남자아이가 럭비공 던지기에서 공이 바로 자기 몸 앞에 떨어졌는데 모두 우레 같은 환호성으로 성공을 축하해주었다.

남의 신체적 약점에 대해서 관대하고 너무나 너그럽다.

수영장에서도 휠체어에 앉아 다니는 장애인을 위한 수영 강습과 코치도 있으니 몸이 자유롭지 못한 거에 대한 불편이 거의 없다고 해야겠다.

마켓에서도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가 있고 심지어는 산소호흡기까지 있다.

원석이 반 20명에 담임 선생님이 두 분이 배정된 것이 아무래도 두 명의 장애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장애아 한 명당 하루 종일 학교 생활을 돌보아 주는 자원 봉사자가 한 명씩 있다.

장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없는 나라 , 정말 선진국의 면모가 아닐까 싶다.

가장 작은 우리 아이도 열심히 달리긴 해도 정말 모든 종목 다 꼴찌를 했다.

그래도 기분 좋게 운동을 마쳤다.

 

*아이 학교앞에서 찍은 사진으로 돈을 내면 누구 생일이 언제라고 간판에 쓰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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