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아이들 학교의 오리엔테이션

김 정아 2003. 1. 11. 01:08
8월 21일 수요일

오후 7시에서부터 8시 30분까지 5학년 학부모들의 오리엔테이션이 있는 날이다

체육관에 많은 학부형들이 모여 시작 시간을 기다리는데 관계자들이 들어와 이것저것 이야기하며 때로 웃기도 하는데 도무지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한국인들이 많다는 소리를 들었으나 아무리 둘러봐도 동양인은 내 앞에 앉은 한 부부밖에 안 보였다.

그들이 한국인인지 아닌지는 확인을 못했다.

한국인이 많다고 해도 각 학년별로 흩어지고 각 반별로 흩어져 그리 많아 보이진 않지만 원석이 말대로 자기 반에 동양인은 한 명도 없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다.

전반적인 이야기를 듣고 반 별로 배정된 교실에 들어갔다.

5학년은 전공선생님들이 있어 그 선생님 학급에 가서 공부를 한다고 했다.

한국의 중학교처럼.

한국은 선생님들이 아이들 교실을 찾아가지만 여기는 아이들이 움직인다.

언어 선생님, 사회선생님, 수학선생님을 찾아가 1년 간을 어떻게 지도할 것인지 15분씩 개략적인 이야기를 듣고 마지막으로 담임선생님인 과학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러 원석이 반에 갔다.

두 담임 선생님이 반갑게 우리를 맞아 주셨다.

동양 아이가 한 명이라 관심을 가지고 봐 주셨는지
원석이가 잘 하고 있다고 말씀해주신다.

한국은 모든 선생님에 앞서 담임선생님이 우선이고
담임선생님이랑 한 마디라도 더 하고 싶어하는데 여기는 오리엔테이션이 끝나자마자 다들 일어나서 가버린다.

따로 담임선생님과의 대화시간도 마련해 놓지 않고 있었다.

남편과 나는 담임선생님들과 오래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정해진 8시 30분이 끝나버렸고 이미 다른 학부형들도 돌아가 버리고 그 중 한 선생님은 목이 잠겨 목소리도 안 나오고 이미 깜깜해진 뒤라 시간을 더 할애 받기가 미안해 할 수 없이 미적거리며 나왔다.

요즘은 감사한 마음이 참 크다.

그렇게 학교 가기 무서워하던 아이가 요즘 아주
신나있다.

지난 수요일에 개학해서 바로 금요일 스펠링 테스트에서 25문제 중에 5개 밖에 안 틀렸다며 의기양양해서 집에 돌아왔다.

지난 학기에는 스펠링 테스트 공부할 생각도 전혀 못했다.

본인도 할 마음이 없었고 나도 굳이 시키려고 생각도 안 해 보았다.

남들 시험 볼 때 원석이는 시험지에 이름만
써서 내곤 했다.

그러면서 마음 속에 상처가 아주 컸을 것이다.
그러던 아이가 스펠링을 열심히 외우더니 20개를 맞아 온 것이다.

다른 아이들은 거의 25개씩 맞았다고 했다.

남들과 비교해도 전혀 기죽지 않는다고 했다.

"엄마 ,그 아이들은 미국 아이들이니까 당연히 다 맞아야지. 안 그러면 바보지!" 하며 스스로 판단을 하기도 했다.

성취감을 느끼며 아빠하고도 꽤 오랫동안 영어로 대화를 주고받기도 한다

친구들과의 대화도 하루하루 늘어가고 이제 아이들이나 선생님의 말도 귀에 들어온다고 한다.

버스 타고 오며 가며 친구들과 장난도 하고 그래서 학교가 재미있다고 하니 난 아이에게 더 이상 바랄게 없다.

지난 학년의 큰 시련을 이기고 이제 단단하게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