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5일 화요일
학교에서 화요일과 금요일 아침 일찍 스트레칭과 트랙을 도는
Fit Kids에 아이들이 참석하고 싶어했다.
원석이의 경우 운동량이 충분해서 참가하지 말라고 했더니 며칠 간 이라도 좋으니 꼭 갈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을 한다.
일주일에 2일간의 축구 활동과 두게임의 실전, 그리고 틈나는 데로 하는 골프 연습만으로도 힘들어,
아침에 일어 나는 것이 쉽지 않으나, 운동은 모두 좋아하는 아이다.
스쿨버스 대신 내가 태워다 주는 수고를 잠시 맡기로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평소보다 40분이 빠른 시간에 두 아이를 태우고 학교 주차장에 가니 많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와 있었고,
원석이의 축구 코치도 아들을 데리고 온 것이 보였다.
"hello"라고 인사를 건네니 "안녕하세요?"라는 발음도 분명한 한국말이
돌아왔다.
알고 보니 그 코치는 동두천에서 미군으로 근무한 적이 있어 약간의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 옛날
미군에서 일한 그는 우리를 거의 미개인으로 보는 듯해 가까이 하고 싶지도 않았고, 친근감을 나타내고 싶지도 않았다.
남편과는
한국말로 가끔 대화를 나눈다고 했다.
여하튼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스트레칭을 하고 아이들을 따라 나도 자연스럽게 트랙 한 바퀴를
돌았다.
미국에서 걷거나 뛰기란 큰 맘 먹지 않으면 가장 하기 어려운 운동의 하나다.
길거리에 걸어 다니는 사람 보기란
약간의 과장을 섞으면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지금 생각하니 나도 한국에 있을 때 그나마 여기보다 운동량이 조금 많았던 것
같다.
집에서 학교까지 거의 편도 15분 정도 걸어다녔고 학교에서도 1층에서 5층까지는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여기는 아무리 가까워도 직장에 걸어 다니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높은 건물이 많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모두
엘리베이터가 있으니 계단을 오르 내릴 필요도 없다.
초등학교나 중 고등학교 모두 단층 건물이니 학교 또한
마찬가지다.
운동부족으로 숨지는 사람도 많고 과도한 비만 때문에 정상적으로 걷지 못해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사람 수 또한
많다.
이런 상황을 나 또한 비켜 갈 수 없어 항상 운동부족으로 고민하고 있다.
그러던 차에 트랙 한 바퀴는 가뭄에 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도저히 숨이 가빠져와서 두 바퀴를 도전할 용기가 없어 아이들과 작별하고 돌아오는 길은 상쾌함이
넘쳤다.
3월 29일 토요일
원석이 축구 실전(實戰)이 하루에 두 게임이나 있었다.
그 전의 두
게임 모두 상대편에게 6-0, 5-0으로 참패를 당해 아이가 기가 많이 죽어 있었고 학부형들 또한 맥이 빠져 있는 상태다.
제발
오늘만은 한 게임이라도 이기게 해 달라고 원석이와 기도를 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하려고 공원에 몰려들어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교통 체증을 느끼고 덕분에 게임에 늦어 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게임 시작 한 지 5분쯤이 지나 축구장에
도착했다.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불던지 추위에 떨어야 했다.
오전 게임은 역시나 5-2로 졌고 오후 게임은 2-1로
간신히 이겨 학부모들과 너무나 기뻐하며 선수들을 격려해 주었다.
여러 번 만나서 얼굴이 익숙해진 사람들도 많아, 이제 노란 머리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는 것이 그리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짧은 영어로 안부도 묻게 되었다.
옆에 있는, 얼굴이 익은
스페니쉬 계통의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에콰도로에서 왔다고 한다.
갑자기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약 한 달
정도 에콰도로 여행한 이야기를 하니 너무나 반가워했다.
내가 머물렀던 동생 집과 그 아주머니 집이 매우 가깝기도
했다.
영어 발음이 매우 부드러워 여기 산지 오래 되었냐고 물었더니 이제 2년이라고 한다.
자기는 예전에 스튜어디스여서
영어 회화를 잘 한다고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그 아주머니는 완벽한 문장으로, 나는 띄엄띄엄 단어로 말하며 꽤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눈 것 같다.
축구가 끝나고 헤어지는 길에 그 아주머니는 나를 껴안고 내 볼에 입을 맞추어 한순간 나를 당황하게 했지만 간신히
이긴 한 게임과 더불어 너무나 기분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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