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나는 미국 교사들이 부럽다..

김 정아 2003. 3. 17. 00:18
3월 14일 금요일

다음주가 나연이 생일인데 봄방학인 관계로 오늘 학교에 갔다.

마음 같아서는 아이들을 롤러 스케이트장이나 게임장에 초대하고 싶지만 원석이 생일은 그냥 지나가서 원석이가 불만이 많을 것 같다.

그리고 나 또한 이곳 생활이 아직 익숙지 않고 영어가 안 되다 보니 예약하는 일이나 아이들 초대해서 주인 노릇할 일이 만만하게 여겨지지 않아 포기했다.

대신에 나연이 반 아이들에게 줄 아이스크림과 쿠키를 가지고 점심시간에 학교 식당에 갔다.

아이들이 나를 보더니 나연이 생일이냐고 물으며 아이스크림과 쿠키를 맛있게 먹어주었다.

담임 선생님을 뵈면 뭐라고 인사를 드리나 긴장하고 있었는데 식당에 오시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적인 사고 방식으로는 당연히 담임교사가 점심 식사를 지도해야 하지만 여기는 점심만 지도하는 4명 정도의 전담 요원이 있었다.

아이들이 점심을 먹다가 뭔가 부족하면 손을 들었고 그 사람들은 손 든 아이들에게 다가와 냅킨이나 소스, 포크 등을 건네주고 있었다.

한국에서 학교 급식이 시작되면서 교사들에게 점심 시간은 더 이상 즐겁거나 ,교사 상호간의 정적인 교류를 나누거나, 휴식의 시간이 아니게 되었다.

그 전의 점심시간은 오전 동안의 피로를 푸는 청량제 노릇을 톡톡히 했지만 급식이 실시된 이후 교사들은 힘든 잡무 한 가지가 더 늘게 된 것이다.

밥상머리 교육이라며 관리자들은 교사들에게 아이들과 함께 교실에서 식사를 하며 혹시나 있을 안전사고를 방지하라고 강요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이 나왔을 때 힘있는 아이들이 가져가지 못하게 감독하는 일에, 인원수에 맞게 적정하게 음식을 배분해야 하는 어려운 책무까지 맞게 되어 점심 시간이 끝나면 거의 파김치가 되기 일보직전이다.

교사로서 정말 부러운 미국이 아닐 수 없다.

소풍을 갈 때도 봉사자들이 따라오고 ,지각생 관리도 사무실에서 다 해주고, 청소지도 할 필요도 없고 ,학교 행사가 있어도 따로 전담 요원들이 있기 때문에 전혀 신경 쓸 것이 없다.

교사는 수업만 하면 된다.

항상 바쁜게 없는 우리 나연이가 오늘 지각을 해 사무실에서 티켓을 받았다.

같이 차를 태우고 갔어도 원석이는 내려서 쏜살같이 뛰어가고 나연이는 차를 세운 다음에서야 그제서야 운동화 끈을 메느라 간발의 차이로 지각생이 되었다.

그리고 식당을 둘러보니 여러 엄마들이 점심을 사 가지고 와서 아이들과 같이 먹고 있었다.

도시락을 싸 온 아이들도 여럿이 보였는데 그들의 점심이 가관이다.

잼을 바른 샌드위치 한 조각에 과자 몇 조각이 전부다.

저걸 먹고 어떻게 사나? 할 정도다.

그러고 보면 우리 한국 사람이 점심도 푸짐하게 먹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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