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발렌타인 데이를 앞두고.

김 정아 2003. 2. 12. 02:17

2월 6일 목요일

오늘은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월마트에 가서 그 동안 못 했던 숙제를 다 해결하고 와서 기분이 너무 홀가분하다.

발렌타인 데이 행사를 여기서는 학교 자체의 행사로 크게 하는 편이다.

전체 반 학생에게 한 장씩 돌릴 카드와 초코렛을 가져가서 서로 다 나누어서 돌린다.

큰 아이는 따로 룸 마더가 가져올 물건을 적어서 각자 집으로 보내주었다.

학급 학생들에게 돌릴 카드 20장과 거미 베어 (한국에서 마이 구미라고 불리는 과자) 한 봉지를 가져오라고 했는데 노느라 바빠서 차일피일 미루면서 마켓을 못 갔다.

그러다 오늘 큰맘먹고 가서 선생님에게 드릴 카드와 초코렛을 사고 반 아이들에게 돌릴 카드도 사 왔다.

더불어 객지에서 가족을 위해 고생하는 남편에게 줄 초코렛과 낮 간지러운 카드도 샀다.

기념카드가 얼마나 세분화 되어있는지 남편, 아내, 아들, 딸, 할머니, 할아버지, 선생님, 친구 등등을 위한 카드가 다 준비되어있다.

어제는 아이들과 Target에 가서 카드를 골라 계산대에 갔는데 두 아이 것을 합쳐서 무려 백불 가까이 나와 기절 할 뻔했다.

당연히 못 샀다.

그리고 오늘 월마트에서 94센트로 두 아이 것을 모두 해결했다.

마음이 너무나 가뿐하다.
아니, 그런데 좀 허전하다 했는데 버스 드라이버와 체육 음악 미술 선생님 초코렛이 빠졌다.

내일 또 가야겠네.

어떤 때는 사는 게 힘들다는 생각도 든다.

같은 동포들이라 교민들이 자세하게 가르쳐 주고 알려 줄거라 생각해도 막상 이곳의 오래된 동포들은 남에게 참 인색하다.

어떤 이는 여기 온지 3년 이상 된 사람들은 남에게 정을 주지 않는다고 자기 체험을 나에게 말 해주기도 했다.

묻기 전에는 나서서 도와주지도 않고 남의 일에 말은 많아도 진정으로 필요한 관심은 없는 편이다.

그래서 대체로 혼자서 하거나 온지 1-2년 된 ,서로 아무 것도 모르는 초보자들끼리 다니면서 해결하기도 한다.

오늘도 '도대체 거미 베어가 어디 있는 거야'?

'1 package of gummi bear면 도대체 몇 개란 거야?'라며 혼자 중얼거리고 돌아다녔는데 눈앞에 거미 베어가 보였을 때의 기쁨이란!

우리 가족 입맛에 맞는 우유 하나 고르는데 11개월이 걸렸다.

우유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얼마나 맛이 없고 싱거운지, 이것저것 다 마시고 사봐도 입맛에 맞는 우유 구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바로 일주일 전에 아 이것이구나 라는 우유를 발견했다.

whole밀크라고 하는 것, 또는 비타민 D라고 하는 것 , 한국 우유보다 더 싱겁긴 해도 그래도 가장 맞는 다는 걸 알았다.

남들이 처음 와서 우유 고르기 힘들어할 때, 나는 이 우유를 사라고 꼭 말해 줄 것이다.

나처럼 11개월 걸리지 않도록.

아니면 내가 너무 둔 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베이컨을 삼겹살인줄 알고 샀다가 황당했던 적도 있었다.

아니 웬 미국 마켓에 삼겹살이 있냐? 좋아하며 샀는데 베이컨이었다.

그래도 고긴데 못 먹겠냐 하며 삼겹살처럼 구워서 먹었는데 다행이 제법 맛이 있어서 그 이후로도 그렇게 먹고 있다.

하나 하나 몸으로 경험하며 살아가야 하니 참 힘들다.

그러나 정말 내가 힘들다고 하면 남들한테 욕먹을 것 같다.

하루하루 행운이다 라고 생각하며 살 때가 더 많긴 하다.

목요일만 지나면 일주가 다 끝난 것 같다.

학교에서 하는 공부가 목요일까지고 금요일은 쉬기 때문에.

그래서 오늘은 기분이 더 좋은가 보다.

내일은 금요일이니까.

그리고 내일은 교사들 연수하는 날이라서 아이들은 학교를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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