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율동 발표회

김 정아 2003. 2. 10. 06:49

1월 31일 금요일
원석이 학교에서 Black Light라는 쇼를 했다.

5학년 학생들이 일주일간 음악 선생님의 지도 아래 연습을 해서 학부형들에게 보여 주는 쇼였는데 정말이지 이런 쇼를 보려고 와서 시간 낭비하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든다.

내 아들이 나오는 게 아니라면 당장 가 버리지 마지막까지 앉아 있지 않았을 것이다.

체육관의 모든 불을 끄고 창문도 검정 커텐으로 막고 사방을 어둡게 만들어 불빛 하나 들어오지 않게 해 놓고 5학년 전체 학생의 복장도 모두 검정 색이다.

검정 윗도리, 검정 바지, 검정 양말, 검정 운동화 온통 검정으로 차려 입고 무대에 앉아 야광 장갑, 야광 손수건, 야광모자 , 야광 공 등을 가지고 음악에 맞추어 흔드는 것이다.

간단한 율동인데도 못 맞추어 틀리는 아이들이 많았다.

음악 선생님이 무대 중앙에 커튼을 치고 거기 앉아서 율동을 하면 아이들이 따라 했다.

우리 나라 유치원에서나 선생님이 그런 식으로 하지 5학년도 그렇게 하나?

일 주일이나 연습했다면서 아이들이 못 외우나보다.

나도 물론 손바닥이 아프도록 손뼉을 치긴 했지만 우리 나라 유치원 생 수준밖에 되지 않는 공연이었다.



*아래 두 편의 일기는 작년에 쓴 내용입니다.
비슷한 내용이라 같이 올립니다.



5월 2일 목요일
'stars of nottingham'(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이름)이라는 아이들 재능 발표회를 보고 왔다.

우리 나라 아이들에 비하면 이 아이들 발표는 장난에 불과하다.

발표 있기 오래 전부터 준비해서 정말 손 동작 하나도 틀림이 없이 해내는 우리 아이들에 비해 줄도 잘 못 서고 손발이 제각각 놀아 보기 민망할 정도지만 스스로 즐기면서 참여하기 때문에 좀 못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결정에서부터 발표회까지 스스로 하고 선생님들은 그리 관여하지 않는 것 같다.

원석이, 나연이 선생님들도 아무도 안 나왔다.

사회 보는 사람도 학부형 총회의 임원이라고 했다.

학교 행사가 있다고 교사들을 들볶지 않나 보다.

미국은 교사하기 참 편한 것 같다.

3시 반이면 모두 퇴근하고 과외도 할 수 있고 학교 행사에 강요당하지도 않는 것 같다.

한국 아이들도 두 명이나 나와 바이올린도 하고 피아노도 쳤다.

역시 한국아이들이 똑똑한 것 같다,

그리고 노란 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아이가 태권도 시범을 보였다.

뒤로 돌려차기해서 송판을 격파시키는데 3번 도전해서 해 냈지만 한국 아이도 아니고 미국 아이가 하는 것을 보니 대견하기도 하다.

그리고 고개 깊이 숙여서 인사하는 것도 배웠는지 인사도 공손하게 하고 나갔다.




5월 9일 목요일
킨더 가덴 아이들의 뮤지컬 공연이 있는 날이다.

아이들을 교실에 들여 보내놓고 30분쯤 시간이 남았기에 벤치에 앉아 있으니 어떤 엄마가 자기 아이도 킨더 가덴 미스 켈리 반이라며 나에게 말을 건다.
(이곳은 유치원이나 학교나 몇 반 또는 무슨 반이라는 게 없다. 그냥 담임선생님 이름을 붙여 누구 반이라고 한다. 학급의 입구에도 담임선생님 이름이 붙어 있다.)

내년에는 학교 시작하는 시간이 원래대로 8시 30분이 되도록 하자며 나에게 서명을 하라고 한다.

내가 제대로 알아들은 건가? 대충 그런 것 같다.

지금은 8시 30분에 시작해 3시 30분에 끝나는데 새 학년에는 7시 30분에 시작해 2시 30분에 끝나게 하겠다는 통신문을 받은 기억이 난다.

서명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는 소리를 들어서 더 생각을 해 보아야겠다고 했더니 그렇게 하라고 한다.

뮤지컬 장소에 들어가니 많은 부모들이 와 있다.

아이들이 들어오고 나연이는 고개 돌려 나를 찾는 모양이다

눈이 마주치자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든다.

아이들이 맡은 역할이라는 게 짝을 지어 한마디씩 하는 건데 나연이의 차례가 오자 집에서 외운 문장을 까먹었는지 옆 짝만 대사를 외웠다.

끝나고 나서는 나를 붙들고 짜증을 낸다. "나도 할 수 있었는데...."

욕심 많은 아이가 한 마디도 못하고 내려온 게 지 나름대로는 자존심이 상했나보다.

여러 번 느끼는 거지만 여기 아이들 공연은 결과로만 친다면 정말 볼게 없다.

거의 오합지졸의 상태라고나 할까?

로스 엔젤레스의 디즈니 랜드에서도 고등학생들이 옷을 멋지게 차려입고 무대로 나오기에 대단한 춤을 추려나 했더니 아이들 손발이 제각각 놀아 난 하마터면 크게 웃어 버릴 뻔했다

세계적인 관광지의 세계적인 무대에서 고작 저 정도라니.

우리 나라 아이들은 저렇게 안 했을 텐데.... 몇 날 몇 밤을 세워서라도 훌륭하게 해냈을 텐데.

그러나 이 나라 아이들은 일년에 몇 차례씩 무대 경
험을 하게 만들어 줘 어느 자리나, 어떤 경우나 아이들이 쑥스러워 하거나 뭘 시켰을 때 절대로 빼지 않으며 당당하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 대부분의 아이들이 손가락을 빨거나 몸을 비비꼬는 것과 아주 대조적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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