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의 미국생활

미국 초등학교 4학년의 교과서

김 정아 2005. 8. 18. 07:06

2005년 8월 17일 수요일

 

나연이가 학교에서 하루에 한 권씩 책을 들고 와 사인을 해 달라고 한다.
이곳의 책은 한국의 교과서와는 달리 거의 백과 사전만큼이나 두껍고 크다. 그래서 상당히 무겁다. 삽화도 많이 들어있다.  
일년간을 본 다음 다시 반납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미국 교과서를 종류별로 구입하려면 거의 1000만원이 든다는 이야기를 뉴스에서 보았는데 거의 맞는 말 같다.
어쨌든 아이가 책을 받아오면 첫날에 책을 한 장씩 넘겨가며 검사를 해야 한다.
A4용지에 여러 질문들을 살펴 체크를 해야한다.
겉 표지가 찢어졌는지, 구겨졌는지, 크레용이나 연필 낙서는 없는지, 등등을 체크해고 학부모 사인을 해서 학교에 보내면 그걸 학년 끝날 때 교과서와 다시 대조를 한다.

 

책표지 안쪽에  1년마다 그 책을 본 아이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무려 4명의 아이들이 4년 간 본 책도 있고, 5년간 쓴 책도 있었는데 오늘 바로 서점에서 사온 것처럼 낙서하나 없이 깨끗하다.

 

아주 어렸을 적에, 캐네디 대통령이 공부했던 책을 받은 학생이 자기도 그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열심히 공부해 성공한 사람의 대열에 올랐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었다.
좀 과장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가능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매년 느끼는 것이지만 이들의 시민정신에 우리는 혀를 내둘렀다.
어쩜 이렇게 깨끗할 수  있는가?

우리나라의 대학 도서관이던, 병원이던, 은행이던, 비치된 책의 여러 페이지가 찢어져 나간 것을 쉽게 볼 수 있는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연필 낙서 한 곳 발견할 수 없고, 구겨진 페이지 한 장 발견 할 수 없다.

우리는 많은 부분에서 미국을 부정하고 반미를 외친다.

그런 나라지만 미국을 왜 선진국이라 부르는지 너무도 확연하게 깨닫는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지만 난 오늘도 이들에게 많은 것을 배운다.

다른 건 몰라도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훌륭한 시민 정신 하나씩은 마음속에 스며들길 바래본다.

 

*수학책입니다.


 

*책속에 단 하나의 낙서도 없습니다.


 

*두께가 엄청 두껍습니다. 자세히는 안 보았지만 500페이지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텍사스에 속한 재산이라고 쓰여 있네요. 나연이가 다섯번째로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올해로 5년째 쓰고 있다는 뜻입니다.


 

*텍사스 사회책입니다. 일반적으로 텍사스에 관한 내용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