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이삿짐을 싸며.

김 정아 2003. 1. 11. 01:22

6월 24일 월요일

이삿짐을 싸느라 오늘 하루도 허리가 휘어질 지경이다.

대한 민국처럼 살기 좋은 나라도 없다.

또 한번 느낀다

포장 이사 부르면 너무나 편하게 스트레스 안 받고 이사를 할 수 있건만 미국이란 나라는 포장이사라는 것이 일반화되지 않아 너무나 高價이다

타주나 해외 이사가 아니라면 이용하지 않는 게 보통이라고 한다.

그 뿐 아니라 이사 짐을 옮겨주는 일꾼들도 거의 쓰지 않는다

가족들이 모두 동원되거나 품앗이로 이웃 간에 서로 도우면서 한다.

한 가정 두 대 이상 되는 자가용으로 며칠 간 왔다 갔다 하면서 짐을 조금씩 운반하고 큰짐들은 이삿짐 트럭을 빌려서 옮긴다.

이 경우 운전자도 가족 구성원이 맡게되며 다만 트럭만 빌리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미국의 일반적인 이사 문화라고 한다.

우리도 부동산 아저씨의 트럭을 빌리고 또한 그 집의 장성한 아들 둘을 빌려서 큰짐을 옮기기로 하고 나와 남편이 자질구레한 짐들을 며칠 간 조금씩 옮기기로 했다.

이사갈 집은 내일 키를 받기로 했으며 이곳은 6월 30일까지 비워주기로 했으니 다소 시간 여유가 있다.

한국처럼 이사 날자가 물리고 물려서 촉박하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바커 사이프러스에 있는 이사갈 우리 집!

회사에서 매달 나오는 주택 랜트비와 지난 번 한국 출장에서 가져온 현금 조금과 주거래 은행에서 신용이 인정되어 대출 받은 돈을 합쳐서 미국의 전형적인 앞 뒤 잔디마당이 딸린 단독 주택 한 채를 구입했다.

남편의 여러 가지 고민과 오랜 동안의 망설임 끝에 결정한 것이라 뭔가 깊은 뜻이 있어서 그랬겠거니 하며 나도 반대는 하지 않았다.

설사 내가 반대를 했다 하더라도 남편의 그 고집을 절대 꺾지는 못했을 것이다.

본사에서 이 사실을 알면 어쩔까 많이 망설이며 조심스럽게 진행했는데, 그래서 아직 우리가 이사 가는 걸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아니, 등잔 밑이 어둡다고 벌써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세상에 비밀이란 게 없으니까.

몇 년 전 어느 계열사에서 주재원 한 사람이 벤츠 한 대를 구입했다고 한다.

그것도 닳고닳아 폐차장에 가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오래된 벤츠를.

이 사실을 본사에서 알게 되어 크게 구설수에 올라 결국 임기를 못 채우고 조기 소환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걱정이 안 될 수는 없지만 남에게 피해 주는 것이 아니니 배짱을 가지기로 했다.

*우리가 살던 아파트 앞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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