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침통한 미국.

김 정아 2003. 2. 6. 12:52

2월 3일 월요일

설을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떡국을 싫어하는지라 떡국 먹을 일을 항상 피해왔지만 어제 성당에서 점심으로 나온 떡국까지 피할 수 없어서 나이와 함께 먹고 왔다.

여기 사람들은 차이니스 캐린더라고 말하는 설날.

왜 하필이면 차이니스 캐린더야?

중국만 음력 가지고있나?

한국도 음력 있는데...

그래서 우리에게도 음력이 있고 미국에만 New Year가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 주자며 한국 사람들이 만두와 귤을 사 가지고 가서 홍보를 하기도 하고 공부하는 사람들끼리 같이 나누어 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은 언제나 시사적인 이야기로 아침 공부를 시작하는데 오늘은 아무 말이 없다.

그만큼 컬럼비아호 사건은 미국의 자존심에 굉장한 상처를 입힌 것이라 할 수 있겠지?

토요일 점심 아이들과 식사를 같이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큰 아이가 한 마디 한다.

"엄마, 미국 국기가 왜 아래로 내려 와서 걸려 있어? 다른 때는 안 그랬는데?"

"어? 정말이네? 저런 걸 조기라고 해. 나라에 슬픈 일이 있을 때 거는 건데 오늘이 무슨 날이지? 왜 슬픈 날이지?"했는데 그날 아침에 컬럼비아 호가 지구 귀환을 몇 시간 앞두고 폭파되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세계적인 두뇌들이, 아무 죄도 없는 그들이, 가슴 설레며 가족들 만나기를 애타게 기다리던 그들이 그렇게 아깝게 죽어간 것은 너무나 슬픈 일이고 가슴 아픈 일이다.

그들 가족의 입장이 되어 생각한다면 너무나 끔찍하고 애간장이 끊어지고도 남을, 어떤 위로도 모자라는 기가 막힌 일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민족 돌아보지 못하고, 약소 국가를 희롱하며, 오만하기 짝이 없는 미국의 자존심이 땅에 떨어짐을 고소하게 생각한다면 내가 너무 나쁜가?

오늘도 T.V뉴스에선 침통한 표정의 부시 대통령이 나와서 뭔가를 연설하고, 휴스턴과 텍사스 이름은 매번 거론되고, 어린아이들이 꽃을 들고 추모하는 모습과 큰 상점마다 조기가 펄럭이고 있다.

내가 이 나라 뉴스를 다 알아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굳이 한국 인터넷에 연결해 한글 뉴스를 보면서 미국 사정을 한국에서 얻지는 않을텐데.

정말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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