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미국 독립기념일에.

김 정아 2003. 1. 11. 01:12

7월 2일 화요일

나연이의 summer school이 지난 주로 끝났고 어제부터 원석이와 memoryal 드라이브 유나이티드 교회에 갔다.

가는 길에 우리가 전에 살던 아파트 앞을 지나가야 한다.
마음이 아프고 허전한 느낌을 아직도 지울 수가 없다.

원석이도 정이 많이 들었는지 그 앞을 지날 때마다 기분이 안 좋다고 표현을 한다.

가까운 아파트를 두고 20분을 더 가야 하니 나도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번 주 수요일까지만 가고 다음주부터 다른 교회에 가기로 했다.

원석이는 또 다른 곳에 가야 되는 게 부담이 되는지 계속 다니고 싶다고 떼를 쓴다.

프로그램도 그 근처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소문이 났고 아이들도 좋아해서 계속 보내고 싶지만 이사하느라 과다 지출을 해서 한 달 1300불이라는 교육비가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인데 원석이는 아직까지 경제적인 면들은 잘 이해가 안 가는 모양이다.


7월 4일 목요일
inspector가 정원은 안 보았는지 이사와서 보니 나무가 다 죽어가고 뒷마당의 잔디도 죽어 가는 게 많이 보인다.
집은 깨끗이 쓴 것 같은데 정원 관리는 전혀 안 되어있다

이웃집들을 둘러보아도 우리 집 정원이 가장 초라하고 볼품이 없어 보인다.

다른 집들은 뒷마당에도 야자수도 심어 놓고 장미도 심어 놓았던데 우리 집은 죽어 가는 장미 한 그루 밖에 없다.

오늘은 이 나라 독립 기념일, 우리와는 아무 상관이 없지만 하루를 쉴 수 있어서 고맙기만 하다.

마음먹고 정원 손질에 들어갔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앞 뒤 마당의 잔디를 깎아냈다.

홈 데포에 가서 잔디 다섯 포트와 흙을 사고 삽 등 기본 장비들을 샀다.

그리고 죽어 가는 나무 여섯 그루를 캐내고 대체해서 심을 나무도 사서 돌아왔다.

나연이까지 힘을 합쳐 잔디를 심고, 나무를 심고, 물을 주고, 온 가족이 육체 노동을 하며 땀을 흘렸다.

아직도 손질해야 할 부분들이 많지만 한꺼번에 다 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오늘은 이것으로 만족하고 토요일에 다시 하기로 했다.

소나무 아래는 야자수를 심고 작은 화단에는 꽃을 좀 심었으면 좋겠다.

저녁을 먹고 앉아 있으려니 여기저기에서 폭죽이 요란하게 터지기 시작한다.

집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어 폭죽이 터지는 진원지를 찾아 나섰다.

꽤 큰 규모로 생각을 했는데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골목에 나와 자기 기분에 취해 산발적으로 독립기념일 축하 폭죽을 터트리고 있었다.

이런 기분을 느끼려 미국 사람들은 수백 불하는 폭죽을 아낌없이 산다고 한다.

우리 골목은 조용하기만 하다.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까닭인 것 같다.

※inspector : 이사할 집들의 전기 배선 설비 등을 꼼꼼하게 살펴 고쳐야 할 부분이 무엇인가 찾아내는 일들을 하는 사람이다.

고쳐야 할 점들을 목록을 만들어 집 주인과 타협을 한다.
집 값을 깎거나 아니면 집 주인이 수리하는 업자를 불러 수리를 해준다.

한국처럼 자기 집의 하자를 감추면 절대 안 되며 모두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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