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텍사스주 운전 이론 시험에 합격하다.

김 정아 2003. 1. 4. 01:28

2002. 3. 17 일요일

freeport항구에 갔다.
두 시간쯤 을 달려서 갔는데 길가의 정경이 이채롭다.
가운데 4차선정도를 잔디밭으로 놓고 양쪽으로 차선을 내어서 도로를 만들었다.

중앙분리대라는 것인데 나중에 길을 넓힐 때 한국처럼 길가 쪽을 공사하는 게 아니라 잔디밭만 메우면 큰 공사 없이 바로 도로가 된다는 것이다.

한국은 왜 이렇게 안 만들까하다가 바로 생각났다.
땅 좁은 나라에서 과연 가능할까?
정답은 그것이다. 땅이 넓으니까!
길가에는 양쪽으로 거대한 목장이다.

소 말 양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참 축복 받은 나라다.

텍사스를 동서로 횡단하는데 자동차로 무려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꼬박 가야 된다니 텍사스주 하나가 대한민국보다 넓다.

땅은 좁은 반면 근면하고 성실하고 저축할 줄 아는 국민성을 주어 다행이다.

이곳에 멕시칸들, 주 5일 일하고 나머지 이틀은 주급으로 받은 돈을 몽땅 털어 파티를 하고 먹고 즐긴다.

중남미 사람들, 열심히 일하지도 않으면서 게으르고 놀기 좋아한다.

그래서 이나마 경제 유지하고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프리포트 항구는 깨끗하지는 않지만 낚시하는 사람 파도타기 하는 사람 모두 즐겁게 하루를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돌아오는 곳에 들렀던 한적한 어촌 마을은 바닷가가 모두 조개껍질로 이루어져 있었다.

소래 껍데기를 들고 보면 게가 집을 짓고 살고 있다.
아빠가 게 잡으러 가겠다고 했는데 정말 게를 많이 잡았다 힘들이지 않고.

벌써 캠핑 차를 끌고 여행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이곳은 휴가철이 따로 없다고 한다.

한여름에는 더워서 휴가를 많이 받지 않고 아이 없는 젊은 부부들은 오히려 지금 같은 때 많이 휴가를 간다고 한다.

한국 들어가기 전까지는 우리도 멋진 캠핑 차 한 대 빌려서 여행하는 기회를 가져봐야 될텐데.

여러 가지들을 구경한 멋진 하루였다.


3월 27일 수요일
텍사스주 운전면허 필기 시험에 합격했다.
한국어판 시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열심히 준비하여 남편을 대동하고 나섰으나 스페니시와 영어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센터에서 줄서서 운전자격 조건이 갖추어졌다는 종이 한 장 받아오는 데도 한시간 남짓 걸려서 힘들게 받아 여기까지 왔는데 없다니 안될 말이지.

남편은 오늘 휴스턴 총영사관 주최 오찬에도 못 갔는데.

결국 oral테스트라는 것을 하기로 했는데 도대체 oral이 뭐야?

한시간 후로 약속을 잡아놓긴 했는데 마음은 왔다갔다 산만하다.

운전면허증을 받기까지 얼마나 많은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곳에서 소수 민족으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일까? 별별 생각이 다 든다.

드디어 약속된 2시 30분.
긴장하며 남편과 함께 들어갔는데 남편 나가라는 소리를 안 한다. 둘에게 의자를 권한다.
뭐 하는 거야?
아! 알았다.

흑인 시험관이 남편에게 영어로 문제를 읽어주면 남편이 내게 한국어로 통역해서 다시 들려주는 것이다.

이게 시험이야? 둘이 잠깐 눈을 맞추고 웃었다.

모든 면에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이들의 행정이 너무 어수룩하고 틈이 보여 우스웠다.

우리나라 면허시험은 정해진 시간에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주어진 시간 내에서 열심히 풀어 컴퓨터 채점을 한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 보니 접수하고 영어나 스페인어 중에서 선택해서 아무런 제약 없이 보고 나온다.

따라서 한사람이 보기도 하고 두 사람이 보기도 하고 주어진 시간도 없고 감독관도 없다.

컴퓨터로 보는 사람 그냥 시험지로 보는 사람.
이것도 자기가 선택하기 나름이다.
다 보고 나면 그 자리에서 손으로 채점한다.
그래서 합격 불합격을 가린다.

접수하고 며칠을 기다리는 일을 하지 않고 바로 바로 시험을 볼 수 있으니 좋긴 하다.

여하간 남편의 도움을 얻어 드디어 필기시험 합격!

그렇지만 도로 주행시험이 정말 걱정이네.

내 일기에 최종 면허증을 손에 쥐었다는 내용이 써지는 날이 언제일까?

김정아 힘내라! 무대뽀 정신 있잖아.
처키 치즈에 아이들 데리고 가서 피자까지 시켜먹고 게임 시켜주고 경품까지 받아서 용감하게 걸어서 집에까지 온 그 정신
남편이 나에게 그랬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영어 한마디 할 줄 모르면서 처키 치즈 갈 생각을 다 했다고.
그 것도 걸어서. 총 안 맞아서 다행이라고.
도로 주행시험 나 할 수 있어!
한국 아줌마의 진수를 보여주겠다.

※처키 치즈: 한국의 플레이 타임과 비슷하나 한국은 입장료만 내면 동전을 이용한 시설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나 처키 치즈는 들어갈 때 무료이나 시설을 이용할 때마다 코인을 내야 한다. 10불에 40개정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