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정원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끝내면서.

김 정아 2003. 1. 11. 00:52

12월 8일 일요일

이곳에서 처음 맞이할 성탄절은 우리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기독교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성탄절은 그저 하루 쉴 있는 휴일이라는 의미와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캐럴에는 잠시 경쾌한 느낌을 갖기도 하고 한해가 다 간다는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 정도였다고 할까?

그러나 올해 이곳에서 처음으로 예수님이라는 존재를 만나고 또 세례를 받게 될 것이다.

경제적 여유로움을 갖고 있는 미국인과, 그리고 그들의 전반적인 문화가 기독교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성탄 맞이는 정말 유난하다

집집마다 정원에 엄청난 투자를 해서 꾸미는데 밤에 동네를 돌다보면 황홀하기까지 하다.

나무마다 램프를 감아 반짝이게 하고 천사 상이나 사슴 상에 반짝이는 불빛은 마음까지 풍요롭게 한다.

추수감사절이 끝난 이후부터 집집마다 정원 꾸미기에 매달리는데 우리도 이번 성탄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일주 전부터 램프를 사다가 달기를 시도했는데 기본 지식이 없이 시작한 까닭에 번번이 퓨즈가 나가거나 램프 한 줄 전체가 불이 안 들어오는 것이다.

천 삼백 오십 개나 되는 전구를 한 콘센트에 꽂다보니 무리를 해 버린 모양이다.

몇 번이나 마켓에 들러 필요한 코드를 다시 사 오고 부족한 램프를 사오고 해 겨우 오늘 완벽한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남편이라도 발 벗고 나서서 했다면 빠른 시간 내에 끝낼 수 있었겠지만 워낙 회사 일에 치여 사는 사람이고 보니 문외한 내게는 너무나 벅찬 일이었다.

일 주일 간을 이걸 사면 또 저게 부족하고 저걸 사오면 또 이것이 고장나고 해서 월 마트 및 다른 마켓에 다녀온 적이 몇 번인지 모른다.

그렇게 북적거리던 성탄용품점도 장식을 끝낸 사람이 많은지 한산할 정도로 막 차를 타고 겨우 끝냈다.

그런데 다른 집들과 비교하면 너무나 초라해서 불을 켜고 싶은 생각이 별로 들진 않는다.

그나마 남의 힘을 빌지 않고 내 스스로 꾸몄다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겠다.

올해의 시행 착오를 거쳐 내년엔 훌륭한 정원을 꾸밀 수 있을 것 같다.

남의 땅에 산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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