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사회적으로 방만한 에너지 사용과 눈물 날만큼 근검한 미국가정.

김 정아 2003. 1. 4. 01:14

7월 5일 금요일

아파트에 살 때는 냉장고가 기본으로 딸려 있어서 불편함이 없었는데 이사오니 냉장고가 없다.

독립기념일 즈음해서 대대적인 세일을 한다기에 냉장고 사기를 미루고 일주일을 아이스박스에 얼음 채워가며 불편하게 살다가 오늘 드디어 냉장고 배달을 받았다.

새것을 사용하니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별로 그렇지가 않다.

우리나라 제품을 찾았으나 냉장고는 Best Buy에 입점해 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월풀 two door를 샀다가 용량이 적어 일반 냉장고로 바꾸었는데 디자인도 맘에 안 들고 야채실도 너무 적고 특선실도 없고 뜨끈뜨끈한 열이 나오는 전구는 양쪽에 두 개가 박혀 있고, 내가 7년이나 쓰다 온 탱크 냉장고가 간절하게 생각났다.

이 사람들은 야채를 잘 안 먹으니 그리 클 필요가 없나보다.

배달료도 70불에 만약 아이스메이커가 있거나 정수기능이 있는 제품이었다면 설치비까지 부담해야 했다.

무료 배달의 천국 대한민국 !

이렇게 서비스 많은 나라가 한국말고 또 어디가 있을까?

냉장고도 왔고 해서 식품과 세제 등 필요한 것들을 사러 마켓에 갔다.

정말 여러 번 느끼는 것이지만 미국엔 절약 정신이 없는 것 같다.

물론 일반 가정 개인 개인의 근검 절약이야 눈물 날 정도로, 우리나라 가정이 따라갈 수는 없지만 사회적인 ,국가적인 차원의 에너지 절약은 우리나라를 본받아야 할 것이다.

작년에 에콰도르에 갔을 때 쓰레기 분리 수거를 안 하는 것을 보고 못 사는 나라가 이런 것이라도 아껴야 잘 살 수 있을 텐데 왜 쓰레기 분리도 안 할까 하고 끌끌 혀를 찼는데 미국이란 나라도 쓰레기 분리가 없다.

물론 나 개인적으로는 편하고 신경 쓸 것 없어 좋을 때도 있긴 하나 어쩐지 마음이 찜찜할 때가 더 많다.
유리병이나 폐 휴지나 주스 병이나 아무거나 봉투에 담아서 버리면 그만이지만 조그만 수고로움으로 내 나라는 아니지만 환경을 지킬 수 있다면 기꺼이 할 수 있는데 말이다.

슈퍼에 가도 리필 용품을 찾을 수가 없다.
주방세제도 세탁세제도 커다랗고 튼튼한 플라스틱 병에 나온다.

우리나라처럼 비닐에 나오면 돈도 절약되고 물자도 절약하고 좋으련만 멀쩡한 용기 그대로 버리고 다시 새 것을 사려면 마음이 안 좋을 때도 많아 세제는 종이 상자에 포장된 것을 산다.

물건을 사서 비닐에 담아 줄 때도 두 서너 장씩 넉넉하게 겹쳐서 담아준다. 물론 봉투 값을 따로 받지는 않는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든 냉방 장치가 완벽하다.

끝날 시간에 아이들을 데리러 교회에, 학교에 가보면 학생들이 아무도 없는 교실에 냉방장치가 그대로 가동된다. 교실에도 ,복도에도, 화장실에도 모든 곳에.

학원에 영어 공부하러 갈 때에도 교실의 문이 잠겨있어 사무실에서 열쇠를 받아와 금방 열고 들어가도 시원하다.

어쩌면 하루 24시간 에어컨이 돌아가는 것 같다.

이 곳의 밖 날씨는 무지하게 더워, 화씨 100도를 넘나들어도 (누군가 차안에 립스틱을 두고 내렸는데 녹아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도 하고 선글라스가 휘어지며 플라스틱 안경테가 녹아 내렸다고도 할 정도로 덥다. )아이들이 소매 없는 옷을 거의 입지 않는다.

summer school에 데려다 주다 보면 아이들 복장이 우습다.

겨울옷을 입고 오는 아이들의 수가 상당하다.

식당에나 영화관에나 반 팔로 가면 춥다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그래서 이곳에 오래 산 사람들은 어디 나갈 때 꼭 긴 팔 옷을 하나씩 챙겨 가는데 난 아직 습관이 안 들었다.

그리고서 다음엔 반드시 긴 팔 가져가야지 하고 다짐을 하곤 한다.

그리고 학교나 공공건물에 한 밤중에도 불이 훤하게 켜져 있다.

영업이 끝난 마켓에도, 약국에도, 진료가 끝난 병원에도 낮처럼 환하게 불이 밝혀 있다. 뭔가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직 그 이유는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밤이 되면 모든 전원이 나가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것들을 볼 때마다 걱정이 스쳐간다.

지구촌이라는 21세기에 미국에서 이렇게 자원을 함부로 낭비하면 우리나라처럼 자원 부족한 나라들이 더 힘들어 지는 것은 아닌가?

얼마나 풍부한지 모르겠지만 이럴 때 더 아껴야 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사회적으로 방만한데 비해 미국 가정은 엄청 근검하다.

무빙 세일 또는 개라지 세일이라는 것을 많이 하는데 먼 곳으로 이사 갈 때 가지고 가기 복잡한 것이나 아이들이 커 버려서 더 이상 필요 없는 것들을 집 앞에 가지고 나와서 파는 것이다.

버려도 시원치 않은 운동화에 낡은 옷까지 다 나와 있다.

무빙 세일한다고 종이에 붙여 놓으면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구경하고 사 간다. 그리고 서너 집이 합쳐도 하는 경우가 있어 규모가 클 때도 있다.

나도 나연이 파티 복을 1불을 주고 한 벌 샀는데 너무 만족스러웠다.

아파트 단지 내에 많은 사람들이 살건만 플라스틱 화분하나 나뒹구는 것이 없고 한국처럼 멀쩡한 헌 가구 버리는 것은 상상도 못한다.

3월에 나연이 필드 트립이 있었는데 농장에서 콩 하나씩을 우유팩에 심어서 나누어주었다.

화분에 옮겨 심어야 될 것 같아 주인 없는 화분하나 주워 볼까 하고 한참을 돌아 다녀 봐도 눈에 띄는 것이 없다.

우리나라 아파트엔 수 없이 쌓여 있는 게 화분이건만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봐도 그림자도 안 보인다.

할 수 없이 월 Mart에 사러 갔는데 작은 화분을 못 찾아 그냥 돌아오는데 주차장 입구에 화분 하나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더니 화분하나 구하려고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는데 이게 웬 떡이냐 하고 남편과 너무나 기뻐하며 차 문을 얼른 열고 나가 주워 왔다.

그 날 비가 왔고 바람이 불어 아마 남의 집 마당에 있었던 게 날아 온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콩에 싹이 나고 열매를 맺고 죽었을 때 그 화분을 주웠던 자리에 가져다 놓았는데 잠시 후에 금새 없어졌다.

미국이여!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을 본 받아야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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