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구경하기

펜사콜라-하얀 모래와 초록빛 바닷물

김 정아 2003. 1. 4. 01:07

7월 20일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바라다 본 바다!
모든 피로감이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린다.

티끌 하나 없어 보이는 초록색 바닷물과 마치 눈을 보는 듯한 하얀 모래들이 내 눈을 사로잡는다.

야자수 나무 사이사이로 산책을 나온 사람들과 하얀 갈매기가 한가로이 날고.....

아침을 먹고 세 가족이 바다에 나갔다.

다른 엄마들은 가만히 파라솔 밑에 앉아있는데 나만 수영복을 입어야 하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그 먼 곳에서 힘들게 와서 바닷물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가면 정말 후회 할 것 같아 나는 용감하게 수영복을 입고 아이들과 바다를 헤집고 다녔다

사실 우리는 자기 몸을 너무 구속한다. 어디 한 군데 보일까 항상 몸단속을 한다. 그러나 이곳에 와 보니 이 나라 사람들은 자기 몸에 대해 항상 자유롭다.

풀장에 가 보아도 동양 엄마들은 평상복을 입고 와서 의자에 앉아 아이들 쳐다보는 게 일반적이지만 서양 엄마들은 수영을 안 해도 다들 수영복을 입고 앉아 있다.

지난 번 아파트에 살 때 여자 고등학생이 수영복을 준비 안 해 왔다가 친구들 놀고 있는 것이 부러웠는지 갑자기 반바지를 벗어버리더니 팬티 차림으로 풀장에 뛰어 들었다.

같은 또래의 남자아이들이 많았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고 놀다가 나와서도 바지를 입더니 지퍼도 안 올리고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었다.

그 엄마가 와서도 별다른 소리 안하고 핸드폰만 놓고 갔다.

난 깜짝 놀라 기절 할 뻔했다.

원석이도 어쩔 줄 몰라 했다. "엄마 저 누나 왜 그래? 미쳤나봐!"

미친 건 절대로 아니었다.

이곳의 문화가 그렇게 개방적인 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정말 브래지어만 하고 다니는 위층아이가 있어 원석이가 또 한번 놀래고 덩치가 산만한 여자들도 아무 거리낌없이 수영복을 입고 돌아다닌다.

우린 브래지어 끈이 보이면 민망해 하지만 여기는 끈 달린 티와 함께 무슨 장식품인 것처럼 하고 다니기도 한다.

연주 엄마의 프리 마켓에 갔을 때 뭔가 입을 옷이 있으면 사오려 했는데 이곳 사람들을 상대로 한 장사인지라 옷이 정말 가관이었다.

스카프 같은 게 있기에 이게 뭐냐고 물었더니 옷이라고 한다.

브래지어 안하고 두 장으로 길게 되어있는 천을 앞뒤로 한 번씩 감아서 입는 거라고 했다.

저걸 누가 사 가느냐고 하기가 무섭게 젊은 여자아이가 예쁘다며 입어 보더니 사갔다.

치마나 반바지의 길이가 나연이가 입으면 딱 맞을 만한 것들을 입고 다녀 원석이랑 같이 다닐 땐 참 민망할 때도 많다.

자기 몸에 관대한 것은 좋지만 나의 정서와는 너무나 달라 딱 질색이다.

여하튼 같이 간 다른 아빠들이 있어서 좀 그렇긴 했어도 조금 지나니까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

초록 바닷물 밑에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다니고 그 고기들을 잡겠다고 아이들과 양동이를 들고 뛰어 다녔다.

새카맣게 탄 아이들과 다시 차에 올랐다.

여기까지 왔는데 플로리다 땅도 한 번 밟아 봐야 되지 않겠냐는 지사장님 말씀에 우리 가족만 꿈에 그리던 펜사콜라를 향해 떠났다

모든 사람들이 일 순위의 여행지로 추천한 펜사콜라!
여기 도착한 날부터 가장 가고 싶었던 펜사콜라!

한 시간 30분쯤 운전해 드디어 펜사콜라에 도착했다.
어쩜 그곳의 바다는 그렇게 진한 푸른빛인지 !

모래는 어쩌면 그렇게 하야며 고운지 !

하룻밤 묵지 못한 게 그리고 오랫동안 머물 수 없는 게 안타까웠다.

오래 전부터 가보고 싶어하고 고대하던 펜사콜라에서 사진 몇 장 찍고 바닷물에는 발도 못 담그고 우릴 기

다리는 다른 가족들을 위해 차를 돌려 바로 나왔다.

다음에 다시 올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

늦은 오후에는 낚시를 해서 성게 조개 게도 잡고 다시 수영장에서 신나게 논 다음 내일 일찍 출발할 우리를 위해 오늘 하루의 일정을 일찍 끝냈다.



7월 21일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고 우리가족만 먼저 아침을 먹고 7시 40분에 차에 올랐다.

남편이 오늘 오후에 엘에이로 출장을 가지 않는다면 조금 더 머무를 수 있을 텐데 비행기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서운한 마음을 접고 다른 가족들과 헤어졌다.

오는 길은 조금 여유를 가지고 루이지애나와 텍사스 여행자 센터를 들렀다.

여행자를 위해 지도와 여행 정보지를 갖추고 있었는데 어쩜 그렇게 지도가 상세한지 이래서 선진국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여행자를 위해 각종 여행지와 커피도 무료로 제공하고 애완동물 휴식터도 갖추고 있었다.

애완동물 휴식터에는 각종 애완 동물들이 주인의 손에 이끌려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참 우스웠다. 우리나라 문화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햄버거로 점심을 먹고 길고 긴 운전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시간이 5시 50분

남편은 사무실에 나가 잠깐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허겁지겁 먹고 나랑 다시 공항에 갔다.

남편은 공항으로 들어가고 나는 조마조마하게 운전해서 집에 돌아오고.

우리 남편 근면 성실한 건 대한 민국에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것이다. 출장 일정을 좀 조절 할 수도 있으련만 20시간 운전해 힘든 몸을 이끌고 출장 길에 올랐으니 안타깝다.


a7a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