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구경하기

미국에서 처음 맞는 휴가를 앞두고...

김 정아 2003. 1. 4. 01:01
7월 25일 목요일

우리가 이곳에 이사 온지 이제 만 한 달이다.

처음에 여기 와서 가졌던 원인 모를 불안감도 시간이 가면서 많이 희석되어 갔고 집에 들어가는 것조차 이상하리만큼 싫었던 기억도 이제 가물가물하다.

이곳 길도 이제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고 수영장에 열심히 다니면서 한국 사람들을 찾은 덕에 여러 가지로 도움도 받고 있다.

이사 온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하면 정말 이사 잘 왔다고 하며 살기 좋은 동네라고 다들 그렇게 말해주어 마음이 많이 놓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세필드 아파트에 대한 애착을 떨어내지 못하고 있다.

조금만 나가면 학교라 운동하고 싶을 땐 언제든 다녀왔고 예진 엄마처럼 마음 통하는 사람이 있어 가끔 오가며 사는 이야기도 했었고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주고받는 이웃들도 많았고 중국인 부부는 나에게 아주 좋은 중국어 과외 선생님이었는데.

특히 이사오기 전날 알았던 우리 앞집의, 예전에 쌍용 주재원이었던 가족은 나에게 정말 좋은 이웃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여기 오니 가족이 아니면 하루종일 입 닫고 살아야 되고 옆집 사람들이라고 얼굴 한번 보기도 어렵고 고립무원의 상태라고 할까?

누군가에게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어느 주재원이 한국 사람 많은 곳이 싫다며 한인 없는 곳에 들어가 살다가 부인이 심한 우울증에 걸려 치료 방법을 찾다가 한인들 많은 곳으로 이사를 나왔더니 언제 그랬냐 싶게 치료되었다고 한다.

그 말이 이해가 가려고 한다.

같은 언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위안이고 행복인가?

세필드는 나에게 이국 생활이라는 걸 느끼지 못하게 따뜻한 안식을 주던 곳이었는데, 아마도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처음으로 정을 들이며 살았던 곳이라 애정이 오래 가는가 보다.




7월 28일 월요일

마음이 들떠 있다.
이번 주 금요일 밤부터 휴가에 들어간다.

한국에서는 남편과 따로 따로 휴가 가는 게 나의 여름 희망 사항이었고 어느 해인가 끝까지 같이 휴가 떠나기를 반대해 남편만 아이들 데리고 다녀온 적도 있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나갔다가 꼭 싸우고 돌아오는 것에 지쳤고 그래서 남편과 같이 다니는 게 싫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함께 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단 한가지 걱정이라면 이번엔 또 얼마나 다툴까 인데 다음 일주일은 도를 닦는 시간이라 생각하며 모든 걸 참고 참으려 생각중이다.

나 한사람 도 닦아서 모든 사람의 여행이 편안하고 즐거울 수 있다면 그까짓 것 못하랴.

여러 준비 사항들을 종이에 적고 음식도 생각해서 적어 보아도 A4 한 장도 안 채워진다.

4명이 일주일이나 가는 여행인데 준비물이 너무 적은 것 같다.

일단 비행기를 타야 할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최소한으로 준비하고 L. A에서 장을 보는 걸로 해야 할 것 같다.

어제는 메모리알에 가서 즉석 미역국 된장국 등 인스턴트 국거리와 고기들을 좀 샀고 오늘은 월 Mart에서 일회용 그릇들을 사 왔다.

휴가비로 너무 지출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좀 부담스럽긴 했어도 앞으로 이곳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휴가가 몇 번이나 더 남았겠나 싶으니 다시 즐거워졌다.

여기 오면서 우리가 가졌던 목표들 중엔 돈 모아 가겠다는 건 어차피 순위에 없었다.

공동 1순위가 아이들 영어와 여행이었다.

그것 자체가 금전적인 재산보다 천만 배의 정신적 재산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비록 서울에 돌아가 거지가 되더라도 절대 후회는 없을 것이다.

라스베가스! 그랜드canyon! 자이언canyon!
우리가 간다. 조금만 기다려라!